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옆집언니 Mar 24. 2021

6인 1조 레이스 -

우리는 전통적으로 결혼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들이 있는 입장에서는 "며느리가 들어왔다. 새 식구가 생겼다." 딸이 있는 집에서는 "딸이 시집간다." "딸을 시집보낸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결혼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불문 우리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결혼은 더 이상 집안끼리의 만남이 아닙니다. 그저 성인이 된 자식이 부모를 떠나고,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한 여자와 한 남자,  사람이 각자의 가정에서 분리되어 완전히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중심이 되는 두 사람,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부모 네 사람까지 여섯 명 모두가 같은 마음, 같은 생각으로 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결혼생활은 분명 부부 두 사람이 중심입니다. 물론 서로의 원가정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 가정에서 잘 떠나왔을 때 새로 만든 가정도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오은영 박사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육아의 최종 목표는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이라고. 부모님으로부터, 그리고 내가 태어나 자란 가정으로부터 잘 떠나는 것. 그리고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 이 두 가지가 서로 잡음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을 때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시작도 평탄할 수 있습니다.


손바닥에 모래를 올려놓아보세요. 가만히 올려놓고 지켜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알알이 작고 예쁜 모래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래가 바람에 날아갈까 봐 걱정이 되어서, 혹은 놓치기 싫다는 이유로 손으로 꽉 움켜쥔다면? 반짝이는 모래알을 볼 수도 없을뿐더러 손가락 사이로 다 흘러서 빠져나가고 말겠죠. 같은 이치입니다. 자식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품 안에 자식이라지만, 내 손을 떠난 자식은 늘 걱정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은 내가 보호하고 지도해주어야 할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식이 부모를 떠나지 못한다면 부모가 자식을 단호하게 끊어내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독립된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고, 한 단계 더 성장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하다고 꽉 쥐고 있는 것이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이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식을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 쩔쩔매는 게 오히려 비뚤어진 사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 아들의 선택을 믿는 마음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부모 품을 떠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부모님을 떠나 부모는 뒷전으로 여기고 소홀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의 결혼을 겪으며 이 부분을 가장 불안해하고 염려합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들의 가장 흔한 걱정은 하나 더 있죠. 내 아들이 밥도 잘 못 챙겨 먹고 지낼까 봐, 직장에서 지친 몸으로 퇴근해서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집안일까지 해야 할까 봐, 아내에게 할 말도 못 하고 살거나 남편 대접을 제대로 못 받을까 봐 등등 내 아들이 며느리에게 좌지우지될까 봐 미리 조바심을 냅니다. 그래서 며느리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시어머니는 늘 '너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지켜보는데, 그 눈빛이 부담스럽고 싫. 매번 시험에 들고 평가받는 것 같아서 불쾌하고 기분 나빠."라고 푸념합니다.

일단 며느리가 아닌 아들을 믿어주세요 그렇게 잘 키웠고 잘 자랐다고 자부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내 아들이 어떤 여자를 선택했을까요? 훌륭한 내 아들이 어련히 좋은 여자를 잘 만나지 않았을까요? 만약에 정말 며느리에게 어떤 객관적인 문제나 잘못이 있다면 세상 제일의 내 아들이 그렇게 휘둘리며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까요? 아니잖아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내 아들의 선택을 스스로 믿어주세요. 내가 잘 낳아서 정성 들여 키운 내 아들의 선택을 믿고, 그런 아들의 배우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주세요.


#. 정신적인 독립


결혼하고 부부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가장 가까운 어른인 양가 부모님들에게 도움을 청할까요? 아닙니다. 부부 사이의 일은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합니다. 배우자에게 불만이 있어도 자신의 부모나 상대방의 부모에게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간혹 며느리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네 신랑이 잘못하는 거 있으면 우리한테 얘기해라. 내가 혼내줄게." 하는 시부모님들도 계십니다. 원래 부부 사이의 일은 그 둘만 안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남의 부부 일에 관여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결국 끝이 좋지 못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시부모님이 정말 며느리의 편을 들며 아들을 꾸짖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남편의 잘못을 시부모에게 이야기하는 며느리는 어리석습니다. 내 자식의 허물을 자꾸 들춰내면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일이 쌓이다 보면 결국 나의 자존심인 내 아들의 험담을 늘어놓는 며느리를 진심으로 예뻐할 시어머니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오래된 말도 있잖아요. 나와 남편은 서로 화 내고 싸우고 했다가도 금세 풀고 다시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의 의견 충돌은 오히려 관계에 좋다고도 하잖아요. 서로에게 맞춰가고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니까요. 하지만 며느리의 부족한 점이나 안 좋은 점을 자꾸 듣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내 아들을 자꾸 힘들게 하는 며느리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두 사람의 힘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도 어렵다면 요즘에는 부부상담이나 가족문제 상담소가 많고 정신과의 문턱도 많이 개방되고 낮아졌기 때문에 차라리 제삼자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 경제적인 독립


지인 중에 시부모님 호출이면 모든 일을 체 져두고 달려가던 사람이 있었어요. 매주 주말 내내 시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것은 물론 결혼 준비를 하며 숟가락 하나 사는 것까지 모두 시어머니와 상의했습니다. 주위 기혼자들은 모두 "너 정말 대단하다"라며 혀를 내둘렀고, 그 당시 미혼이었던 제가 보기에도 신기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술자리에서 그 사람이 했던 말 한마디가 저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난 어쩔 수 없어, 최대한 다 맞춰 드려야지. 이제 우리 남편 공부하러 미국 가면 모든 비용을 시부모님이 다 해주실 건데 내가 잘해야 생활비도 조금이나마  더 챙겨주시겠지. 받는 만큼 하는 거지 뭐." 물론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개인의 선택이고, 어떤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그 부부가 시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이 되어있는 상태였다면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삶의 중심을 시부모님에게 맞추고 살았을까요? 반대로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이 되어있지 않은 사례도 많습니다. 아들 명의의 카드를 시어머니가 사용하고 매달 카드대금을 계좌로 입금해주었는데 늘 카드대금이 반절밖에 안 되거나 턱없이 부족할 때가 많았고 그 문제는 그들 부부싸움의 가장 큰 주제였고 결국 그 부부는 순조로운 결혼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주로 시월드에 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만 모든 사례에서 시부모를 장인 장모로 바꾸면 처월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들입니다. 고부갈등 못지않게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장서갈등이라고 합니다. 자식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로 인해 내 자녀의 결혼생활에 위기가 온다면, 행복하기만 도 모자내 자녀의 인생이 나 때문에 흔들리고 빨간불이 켜진다면, 그야말로 너무나도 끔찍한 일 아닐까요? 두 사람의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친정엄마, 친정아빠까지 6명 모두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들은 잠시 마음을 비우고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며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자식에 대한 너무 많은 욕심과 집착, 기대는 결국 나와 내 가족, 우리 모두를 병들게 할 뿐이니까요.

이전 05화 딸 같은 며느리가 정말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