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 준비를 할 때 겪었던 일입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시부모님은 저에게 말씀하셨죠. "우리는 딸이 없어서 며느리가 들어오면 딸처럼 대하기로 했으니 우리 잘 지내보자." 결혼식날도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시어머니는 제가 말씀하셨어요.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저 역시 잘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굳이 처음부터 일부러 시부모와 적대적으로 지내지는 않으니까요. 어찌 됐든 그분들은 나보다 연장자이고 내가 사랑하고 내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내가 선택한 남자의 부모님이고, 무엇보다도 그분들과 평화롭게 잘 지내는 것이 아름다운 내 결혼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남자 친구 부모님께 인사드리기로 한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하던 제 친구는 먼저 유부녀가 되어 시월드를 겪어본 제게 물었어요. "어쩌지? 벌써 생각만 해도 너무 싫은데, 그냥 '시'자는 싫어." 옆에 있던 친구는 "맞아 시어머니는 그냥 싫어 잘해줘도 싫고, 못해주면 더 싫고." 라며 맞장구를 쳤어요. 저는 그때 친구들에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런 생각 가지고 있으면 결혼생활이 더 힘들어져. 잘 지내서 나쁠 거 없잖아."라고 말이이에요. 하지만 그랬던 저조차도 지금은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흔하디 흔한 '시'자만 들어도 살짝 불쾌해지는 평범한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서 시가, 시부모는 꽤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져있습니다. 시어머니들에게 며느리 또한 잘난 내 아들을 주기에 어딘가 모르게 항상 마음에 꽉 들어차지 않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시어머니인 나에게 며느리가 열과 성을 다하여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저 밑바닥에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더욱 고부갈등이 화두가 되고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세상이 변했고 세대차이가 생겨나며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고분고분 군말 없이 순응하고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참고 살았던 여자들이 며느리가 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들에게 우선순위가 밀려 딸이라고 차별받으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 혹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며 자란 여자들이 아닙니다. 남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자랐고,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을 줄 아는 여자들이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