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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r 25. 2021

효도는 셀프?!

결혼 후 최고의 효도는 '잘 사는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자식이 결혼을 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사네 못 사네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걱정스럽고 신경 쓰이며 매일이 얼마나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듯 불안하겠어요? 결혼해서 잘 사는 것은 부부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으로 대하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건강하고 밝게, 바르게 키워내는 것. 그리고 서로의 부모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갑자기 효자가 되어 배우자가 자신의 부모님께 잘하기를 바라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효자랑은 결혼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을까요? 정작 상대방의 부모에게는 소홀하거나 은근한 무시하면서 본인 부모만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도 있고,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배우자가 자신을 대신해 부모를 챙겨주기를 바라는 '대리 효도'를 강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다들 '효도는 셀프'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부모를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고, 상대방의 부모를 챙기느니 내 부모를 조금 더 신경 쓰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말이겠죠. 또한 부모님 문제로 부부 사이의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차라리 처음부터 각자 부모는 각자 알아서 챙기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양쪽 부모님들에게 똑같이 잘하겠다는 각오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양가 부모님들에게 똑같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시부모님과 맞지 않았어요. 저는 당연히 저의 부모님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남편에 대한 예의로 남편의 부모에게도 그만큼 똑같이 하려고 했던 건데, 시부모님은 제가 '시'부모인 두 분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마음 쓰기를 바라셨고 그것이 며느리의 역할이니 제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마음은 시부모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져만 갔고 시부모님은 그런 제가 성에 차지 않아 늘 불만이셨어요. 비단 저만 겪는 일이 아니더군요. 이것이 매우 흔한 고부갈등의 시작점이기도 하더라고요.


내 배우자가 내 부모에게 잘하기를 바란다면, 나부터 배우자의 부모님에게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부모'라는 존재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이지 않았다면 사실 평생 단 한 번도 말 섞을 일 없는 그냥 지나가는 아주머니 아저씨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갑자기 내 부모님처럼 온 마음을 다해 모실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죠. 그래서 하나씩 작은 것부터 노력해야 합니다. 아내가 내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하길 바란다면, 남편이 먼저 아내의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해보세요. 내 부모님이 아이를 보고 싶어 하시니 한번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가는 길에 배우자의 부모님께 들러 먼저 인사드려보세요. 그렇게 서로 한 번씩 주고받다 보면 한쪽이 혼자만 희생하고 참는다는 기분도 들지 않을 것이고, 가끔은 어떤 상황으로 인해 한쪽에 치우쳐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한 번쯤은 기분 좋게 넘어가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서로에게 생길 것입니다.


그렇게 내가 받고 싶은 것을 먼저 베풀어보세요. 이런 서로의 노력들이 쌓이며 세월이 흐르고 정이 들면 배우자의 부모에게도 내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애틋한 마음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요? 훗날 배우자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부부가 함께 서로의 부모님을 추억하며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사이 정도는 되어야 하잖아요. 물론 하루아침에 갑자기 가능한 일은 절대 아닙니다. 진정으로 그렇게 되기까지는 두 사람 모두에게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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