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지금 그리고 내일_6

지금의 나_3

by 쑤라이언

꽤나 늦은 시간에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걸어오다 보니 여름철 무더위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며칠 전부터 뭔가 불어나는 살에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었는데 오늘은 이 바람을 따라 한강 달리기를 해볼 셈이다.


막상 집에 오고 나니 잠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에어컨을 트는 나를 거울로 보니 조금 한심스럽다. 속으로 10부터 1까지 세었다. 벌떡.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그냥 운동화를 신었다. 그냥 뛰었다. 정말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지 조금 뛰고서는 바로 숨이 찼다. 좀 잊고 싶은 생각도 있고,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하고 해서 뛰어야지라고 마음먹었던 터라. 냅다 달리고 한참을 걷는 것을 반복하였다. 마음속 목표 3Km.


요즘 한강 쪽에 난간에 그물망 같은 철망을 높게 해 두어서 강을 보는 낭만이 줄어들었다. 키도 작은 나는 더더욱 한강과 하늘을 동시에 볼 기회는 이제 없는 것이다. 아쉽지만 뭐,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시의 노력이니 그걸 탓할 수도 없는 노릇. 여의도 방면의 가득 찬 달을 보면서 걷는 시간에는 달멍을 때렸다. 나름 100m를 15초 이내로 들어왔던 나였는데 지금은 대충 50m만 달리면 이내 힘이 풀려버리는 나는야 나이 먹은 성인. 귓속에는 최근 나의 노동요가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뛰고 걷고를 반복하면서 높아진 심박수와 헉헉거리는 호흡은 이내 생각을 없애버렸다.


세상은 어찌 되면 굉장히 단순하다.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결국 할 거냐, 말 거냐의 질문인것이다. 뭐, 메시지를 보낼 거야, 말 거야 혹은 전화할 거야, 말 거야. 다들 아니야 이건 굉장히 복잡한 부분이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어.라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서 혼자서 생각만 복잡하게 할 뿐 결론은 모냐 도냐 일뿐이다. 나도 잘 안되는 것이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면 단순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좀 안타깝게도 비관적으로 답을 내릴 때가 많다는 게 문제 이긴 하지만 말이다. 모든 탓을 나로 돌리는 탓에 누군가 나를 손절할 때도, 누군가 나를 비난할 때도,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럴 이유가 있겠지 라며 내가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사실 남탓하는 것보다 내 탓하는 게 편하기도 하다.


남 탓을 하고 나면 뭔가 마음이 죄스럽다. 내가 남을 비난할 만한 사람인가. 난 올바른가 와 같은 질문들에 결국은 또 나를 탓에 버리니 한심 한 것이다. 근데 다들 알겠지만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남탓하는 것만큼 세상 쉬운 일이 없다. 아무튼 조금 생각할 게 많은 나는 이렇게 생각의 꼬리의 꼬리를 물면서 약 30여분을 달렸다.


그냥 뛰고 싶었다. 살을 뺀다거나 체력을 보충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냥 달리고 싶었다. 경쟁을 한다거나 누국나를 제치거나 또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는 일 따위는 없는 혼자 뛰는 그런 달리기가 하고 싶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을 없애고 싶었다. 이렇게 글을 적곤 있지만 사실 달릴 때는 아무 잡념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본다. 목표의 3Km를 달리고서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나오기 전에 켰던 에어컨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편의점에서 산 콜라 한 캔을 들이켜면서 행복을 만끽 했다. 러닝복은 땀에 절어있었고, 내 머리는 누가 봐도 떡진 머리가 되어있었다. 당장 씻어야 하지만 귀찮은이 다시 밀려온다. 잠옷으로 대충 갈아입고 에어컨 바람을 누린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씻어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나는 침대로 나를 뉘었다. 눈이 솔솔 감긴다. 잠이 온다. 나의 몸도 나의 생각도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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