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_5
청춘남녀가 만나는 곳에는 항상 우정과 사랑이 싹트게 마련이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회의에 가면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더라. 누구랑 어떤 일이 있었다더라. 누굴 탓할 내용도 아니고, 그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오기 마련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뭐랄까, 여성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매력 있는 외모도 아니었기에 그럴 만한 기회도 없었고,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표하는 일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감내기 친구랑 공모전이야기도 있고, 이런저런 봉사활동 관련해서 얘길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좋아하는 마음인지, 그런데 뭐 좋아한다는 마음을 알았을 때는 그냥 유치원생 마냥 표현하는 나만 보였다. 좀 더 어른스럽게? 다가갔더라면 달랐을까? 밤늦게 1시간 넘게 통화를 하기도 했고, 어리광을 피우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미안하기도 하다. 전화를 하든 만나서든 달달한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는 사이였고,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표현 한번 하지 못했던 그런 사이였다. 그렇게 친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이렇게 그냥 오래오래 지낼 거라고 나는 착각했었다.
어느 날, 나의 가장 친구와 함께 봉사활동을 참가하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봉사활동도 하고 또 내 친구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준다는 것에 매우 들떠있었다. 내 친구는 성격도 모난 거 없고, 예쁘기도 예뻤고, 무엇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매력적인 친구였다. 그러고 보면 내 친구는 연애를 쉰 적도 없었던 것 같고 항상 뭔가 끊임없이 매력이 넘쳤던 친구였던 것 같다.
친구가 말했다. 그 동갑내기 친구랑 사귀기로 했다고 그가 고백했다고. 혼자서만 가지고 있었던 그 마음이 정말 산산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이 숨겨졌었을까? “오? 진짜? 정말 축하해!! 잘 어울린다!!” 이렇게 축하를 했었을까? “그래? 잘 어울리는 듯” 담담하게 말했을까?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축하한 걸로 미화해보려고 한다.
같은 지역에 있는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거의 매주 그는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우리라고 하는 이유는 둘이 데이터를 하거나 하면 그 중간에 한번 정도는 늘 내가 끼였기 때문이었다.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차를 먹는다거나. 온 김에 친구 한 명 더 보려는 것이었겠지? 그때 내 마음은 내가 좋아하는 2명을 봐서 정말 너무 좋았던 마음과 내가 좋아하던 그 둘이 연인사이라는 뭔가 아리고 불편하고 아픈 마음이 공존했었다. 지금도 이렇게 끄적이는 와중에도 눈가가 촉촉한 거 보면 참 꽤나 진한 짝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계속 있다가는 그들 데이트에 항상 존재할 것만 같았다. 그때 학교 간 교류학생을 알아보던 찰나였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집에 이야기하고, 바로 교류학생신청을 했다. 뭐, 특별히 하자가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바로 교류학생으로 가게 되었다. 지금이야 우스갯소리로 “너 그거 알았어? 나 걔 좋아했는데 너네 사귄다고 해서 나 도망치듯 갔다?” 그때는 정말 아픈 짝사랑이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내 베프도 그 남자애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고도 종종 그 친구랑도 연락을 했고, 여전히 버럭거리고 상담도 하고 그랬었다. 애써 내 마음을 누른 채로 그렇게 그와 내 베프를 내 옆에 두었었다. 뭐, 얼마가지 않아 헤어졌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내가 가까이 없어서였을까? 내가 가지는 타격은 적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와 사귈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 콜렉터하듯 마음에 남겨둔 정도라고나 할까. 연락의 빈도는 줄어들고 그렇게 내 짝사랑은 예쁘게 포장되어서 마음에 담겼다. 다만 무슨 장미꽃 마냥 줄기에 가시가 너무 있어서 아직도 그 추억을 보려고만 하면 아픈 그런 나의 짝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