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지금 그리고 내일_15

지금의 나_9

by 쑤라이언

나는 사람들에게서 허들이 꽤 낮은 편이다. 목소리도 크고 발거음소리도 크고. 그리 나쁜 형태의 사람은 아니라서 적당히 앞에서 흉보고 마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가 가끔 무표정으로 있거나 말을 안 하고 있으면 화가 났냐, 기분이 나쁘냐 무슨 일이 있냐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왕이면 웃는 낯이 좋기도 하지만 365일 늘 그런 웃는 낯으로 있는다는 게 사실 쉬운 것도 아니고. 장난기 있는 말투에서 조금 목소리가 톤 다운되고, 격식을 차리는 말투가 되어도 무슨 일 있냐는 말을 듣곤 한다.


이미지라는 게 본인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나의 추구미는 시크함인데 나의 본체는 낙천미정도 되려나? 가끔 허들이 낮다고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본인들도 모르게 나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사람들도 보이곤 한다. 일단 트러블을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잠깐 기분이 나빠도 넘어가곤 했는데 그게 이래도 괜찮은가 보구나 하는 생각을 상대방이 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다. 그렇게 안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마음은 조심스럽다. 누군가를 대할 때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 조심스럽다고 말수가 적거나 차분하거나 그런 건 또 아니다. 나도 도파민 돌아서 막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 없이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 또 후회하곤 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상처받았을까? 화났을까? 다음날 혹은 바로 연락을 한다. 이러이러한 부분 미안하다고. 과할 때가 사실 더 많다. “응?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무슨 말이야, 그랬었어?” 그래도, 만에 하나 내가 먼저 사과하면 내가 먼저 살피면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부분들이 다소 과하고 부담스럽게 다가가기도 하는가 보더라.


문제는 내가 그렇다 보니 상대방도 그렇게 좀 조심해줬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걸 기대하지 말아야 하고, 또 바라지 말아야 하는 건데. 모든 사람들이 나랑 같을 수 없는데. 그걸 바라다가 혼자 또 상처받는 일이 난무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강하고, 아무리 내가 우선이라고 하는 세상이라지만 너무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본인 기준 아니면 아웃. 잘 모르겠다. 나를 위해서 나에게 상처 주고 나와 맞지 않는 모든 것의 관계를 잘라내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함께 사는 사회에서 조금은 배려하면서 어깨동무하면서 지내는 게 맞는 것인지. 각종 심리전문가들과 책들을 보면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결국은 고립화되는 모습도 많이 본다. 남에게 상처받지 않겠다고 해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돋을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조금은 참아줘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보듬어줘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서로에게 웃어줘도 되지 않을까? 이 모든 게 강요할 수 없는 어려움이라는 게 나는 너무 어렵다. 회사든 집이든, 모임이든 혼자 지내는 곳은 아니지 않나. 웃고 있다고 해서 만만하게 대할 사람이 아니고, 미안하다고 백번 말한다고 무시할 사람이 아닌데. 왜 그렇게 보이게끔 된 것인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존경하고 배려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만만하게 보이게끔 행동한 게 문제라고 하는 건 사회가 병들어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반듯하게 서야 하는 건 맞지만 내가 잘못인 건 아닌데, 그런 사회적 시선이 날 더 위축되게 만드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또 주위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사는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살아간다는 게, 남들과 함께 한다는 게 너무 어렵다. 수학, 과학이 쉽다고들 한다. 물론 미제 문제도 있지만 적어도 2차원적인 공간에서는 다양한 방법의 풀이과정은 있을지언정 정답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또 다른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답이. 하지만 내가 보고 느끼는 이 공간은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어렵다.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 어렵다 되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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