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지금 그리고 내일_34

지금의 나_22

by 쑤라이언

마치 외국에서 연인과 공연을 보고 있다는 착각으로 들떴었다. 공연 후에 그와 함께 그가 알고 있는 라멘집으로 이동했다. 내가 아는 체인점이었지만 어딘들 무슨 상관이랴, 어찌어찌 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서 식당 안에서 라멘을 먹었다. 먹으면서 좀 더 개인사를 이야기했는데 그는 누나와 여동생이 있었고, 조카가 있었다. 조카의 동영상을 보는데 너무 귀여웠다. 나도 동생이 있다고 동생조카가 곧 태어난다고 말했다. 동생이 몇 살이냐고 묻길래 서른 즈음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그 동생이 오빠였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내가 Younger brother이라고 하니 다소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는 더 상세하게 내 나이에 관련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일단 그는 나보다 나이가 어림이 분명했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내 호텔 아래의 편의점으로 갔다. 그를 처음 본 곳이었다. 그에게 말했다. 사실 난 이 편의점에서 널 보았고, 네가 매고 있는 가방을 보았다고. 굉장히 작은 소도시지만 그래도 신기했던 우리의 만남이었다.


그런데 번뜩 전날 구매했던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의식의 흐름대로 말했다. 내가 전날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호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고. 너도 알겠지만 호텔냉장고의 성능을 생각하면 다 녹았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그는 새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자고 했고,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뭔가 습기 찬 외부에서 대략 1시간 정도를 떠든 것 같았다. 그러면서 다음날 타야 할 공항버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그가 모르고 있었던 공항버스의 시간표를 공유하면서 버스탑승 시간에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꽤 이른 시간이라 일어나는 걸 걱정했고, DM으로 모닝콜을 해주자 뭐,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각자 짐을 싸야 했고, 그렇게 아쉽지만 그는 그의 숙소로 나는 나의 숙소로 들어갔다.


짐을 정리하고, 내일 그에게 줄 엽서도 쓰고 씻고 자려고 하던 찰나에 냉장고의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냉장고의 성능이 좋았는지.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영어식 표현은 아니지만 icecream is alived!라고 DM을 보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다시 오지 않겠냐고 했다. 플러팅이었나. 그때 내 정신머리는 정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히 그는 짐을 정리해야 한다고 거절의 의사를 밝혔고, 알겠다고 정신을 다잡고 나도 여행의 말미를 정리했다.


반신욕을 준비하고 들어가려던 찰나에 그의 DM이 왔고,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사서 1층에 와있다고 했다. Oh, My Gods! 허겁지겁 옷을 갖춰 입고 1층에 내려갔고, 그와 함께 내 방으로 들어왔다. 넓지 않은 호텔 방 안에서 그렇게 둘은 아이스크림을 또 나눠먹으면서 얘기를 나눴고, 슬슬 얘깃거리는 떨어지고 있었다. 먼저 씻을 거냐 내가 씻을 거냐 하다가 결국 내가 먼저 씻었고, 그도 씻고 나왔다. 여행의 도파민이었겠지만, 대화도 잘 통했고, 얘기하는 게 즐거웠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좀 더 잘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그와 이야기하는 그 순간이 즐거웠고, 웃을 수 있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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