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_25
아빠는 언제나 내게 화를 낸다. 어렸을 때는 그게 참 싫었다. 왜 화내는지 모를 일이었다. 내가 아프면 더 화를 냈다. 나는 너무 아픈데 말도 안 하고. 참 웃긴 사람. 지금도 그렇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화를 낸다. 그런데 그게 어렸을 때랑 지금은 받아들이는 게 참 다르다. 옛날엔 그게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우리 아빠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아빠는 경상도 분이시다. 지역조장을 떠나서 경상도사람이라고 하면 말하는 무뚝뚝하고 다정하지 않은 그런 전형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아빠 같은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지 다짐한 적도 많았다. 뭐든 엄격했던 분이셨기에,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사랑의 매도 여러 번 맞았었다. 그런 아빠가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는 걸 느꼈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또 대학원생이 되고, 우리 아빠는 늘 내 뒤에 있었었다. 아빠랑 같이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참 엄청 싸웠는데. 둘이 서로 의견도 너무 강했고, 서로서로의 짐을 들어주겠다고 화내고. 그렇게 화만 내던 여행이었다.
한 번은 프랑스 여행을 했었는데 모든 계획을 내가 짰었었다. 내가 원했던 계획대로 움직이는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엄청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그 스케줄을 아빠는 군말 없이 따라와 주었었다. 그리고 행복해했었다. 아빠도 여행하는 걸 좋아했었는데 나랑 내 동생을 키운다고 좋아하던 여행도 제대로 못했던 우리 아빠. 아빠도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우리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해었다는걸 이제야 알게 된다. 아빠랑 여행하면서 작은 에피소드들도 많아 생겼었다. 아니, 우리만의 비밀이 생겼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루브르박물관에 갔었다. 루브르박물관 야간개장을 하던 날이었는데 우리 둘은 루브르 박물관을 다 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하부터 정말 0.001초 만에 작품을 하나씩 보면서 지나갔다. 아빠도 나도 미술에 조예가 깊진 않았기에 자주보고 익숙한 그림들에 잠시 서고 또 한 번 더 보곤 했다.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엄청 작은 그림이었고 그리고 너무 멀리 있어서 그 각도의 신비라든가 눈썹이라든가 이런 세 세한건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게 휙휙 지나가면서 아빠는 이 그림이 저 그림 같다고 말을 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특히 예수님과 하느님을 기본으로 한 문화들이 발전했기에 그런 그림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층을 다 돌고 나서 우리 둘은 기진맥진해서 숙소에서 뻗었다. 나중에 이 얘기를 미대 다니는 친구에게 해줬더니 웃으면서 거긴 일주일 동안 매일 가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더랬다.
한 번은 네덜란드에서 어쩌다 보니 택시를 탔었는데 미터기돈은 계속 오르고 구글지도랑 다른 곳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뭔가 호구 잡힌 느낌? 아빠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넘어가자라고 했으나 그런 건 또 용서치 못하기에 잘되지도 않는 언어로 손짓발짓 싸웠다. 아저씨도 엄청 뭔가 화를 냈고 나도 구글지도 보여주면서 막 싸웠는데. 결국 택시비는 아빠말대로 다 줘버리고 말았는데 이때 의견차이가 커서 숙소 들어와서 한 3시간을 서로 말하지 않았더랬다. 우린 닮은 것도 많은데 그중 비슷한 게 고집이라 서로 꽁해서 한마디도 안 하고 외국에서 그 아까운 시간을 버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