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지

by 쑤라이언

드라마에는 온갖 우연이 넘쳐난다. 주인공이 뭔가 혼자서 하려고 하면 주위에서 우연찮게 모든 일을 다 알아채고 도와주곤 한다. 애써 숨기면서 혼자서 감당하려는 주인공은 대인배이거나 마음이 굉장히 넓은 사람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혼자 뭔가 짊어지고 가려고 하면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을 해야 한다고 한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니까. 그래서 생색도 내야 하고, 내가 뭘 하려는지 내 기분이 어떤지 말을 해야 한다고 한다. 괜히 이상하게 드라마가 사람들을 망쳐놓은 것인지. 어련히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우연찮게 상대방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스스로 잘해보려고 하고, 또 혼자서 잘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알아주지도 않을 거고, 드라마처럼 포장되지도 않기에 뭔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다. 그래서 삶이 힘든 것일 것이고, 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한 번쯤 내 삶이 어떤 드라마일지 생각해보곤 한다. 시트콤? 성장드라마? 그런데 이벤트가 많긴 하지만 그게 또 얼마나 특별할까 싶기도 하다. 나만큼 남들도 말을 안 할 뿐이지 또 특별한 드라마를 써가고 있을 거니까. 가끔 상상해보곤 한다. 드라마처럼 누군가가 구세주처럼 나타나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누군가가 내 옆에서 좋은 말로 좋은 길을 인도해 주는 건 어떨까. 나에게 우연을 불어넣어 주진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라서 이내 스스로 실망하면서 꿈을 꺼버린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다 보니 내 삶이 멋진 드라마였으면 한다고 잠시 생각해보곤 한다. 많은 드라마 중에서 꽉 막힌 해피엔딩을 기대해보곤 한다.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해피엔딩이 나에게도 있길 바란다. 내가 하는 일들이 내가 하는 배려들이 다른 사람들도 알아주길 바라고, 그 배려가 또 다른 배려로 돌아오길 바란다. 트루먼쇼처럼 내가 내 인생의 트루먼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조금은 희망차고 멋진 결과가 주어지길.


그리고 나뿐 아니라 모두가 서로의 생각을 조금은 말을 해주길 바란다. 아 말하면 뭐 해, 무슨 상관이야, 내가 지금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다. 소용이 있다. 다들 내가 말해봤자 상관이 없다고 말하지만 소용이 있다. 다음에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고, 또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알면서 다음 예고편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소용이 없는 건 없다. 내 드라마에서 모든 건 소재가 된다. 우연이 없다면 그 우연을 내가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내 인생의 작가니까. 쉽진 않을 것이다. 어려울 것이다. 좋은 드라마 쓰는 게 어디 쉬울까. 지금 내가 지치고 힘든 건 퇴고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착각이라도 해본다.


내 생각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나에게 큰 우연이 생기지 않는다고 속상해봤자 더 나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천재적인 작가들처럼 필력이 남달라서 인생의 드라마를 저만큼 써 내려간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꾸 나를 깎아먹지 않도록. 나만의 시간으로 나만의 속도로 써 내려가는걸 계속 연습해야지. 언젠가 한 에피소드 정도는 빵 터지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나의 드라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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