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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Dec 22. 2020

[Dec 21, 2020] Seoul I Story

첫 번째: 고즈넉한 인사동

고즈넉한 한 거리,

오늘은 2020년 동짓날. 동짓날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날이다. 병원 검진을 마치고서 팥죽을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곳이 이 곳. 인사동과 팥죽. 어울리지 않는가? COVID-19가 창궐하기 이전만 해도 이 곳은 외국인들의 관광지였는데 아무도 없는 이 거리가 낯설 줄은 몰랐다. 인사동은 안국역과 종각역에서 들어갈 수 있다. 사실 교통은 종각역이 좋기 때문에 종각역에서 인사동 가는 걸 추천한다. 나는 안국역에서 내려서 인사동 거리로 발을 내디뎠다.

쌈지길 건물 이후에 비슷한 건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가로수길도 어느새 메가 매장들에 점령당했던데 인사동도 곧인 건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인사와 함께 목적지인 "담장 옆에 국화꽃"으로 향했다. 이 곳은 팥집 명소! 서래마을이 본점이었는데 아직도 있으려나 모르겠다. 14년? 13년에 한창 다녔었는데 말이다.

에스컬레이터 타기 전 한글 구조물이 나를 반겼다. 광안리에서도 보았는데 다른 디자인 필요 없이 오롯이 한글만으로 아름다운 구조물. 내 생각이지만 이런 구조물이 곳곳에 있으면 좋겠다. 여행 스탬프도 있어서 전국 여행 인증? 전국 여행 패스포트? 이런 게 생기면 어떨까? 미션 클리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인데!

크리스마스라고 내부를 한껏 꾸며놓았다. 나는 팥죽만 구매했다. 고운 팥죽, 무가당 팥죽, 알맹이 팥죽 이렇게 3종류가 있는데 나는 네이버 페이로 단맛이 제일 높은 고운 팥죽과 무가당 팥죽을 구매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포장만 해서 다시 돌아섰다. 한 그릇에 8,000 원! 배민도 네이버 페이도 다 가능하고 아래 링크에서 선물하기도 가능하다.


http://kko.to/Qt_SYNlYo

다시 인사동 거리를 휘적휘적 돌아다니고 있다. 인사동 거리다 보니 한글간판들이 눈에 띈다. 한 때는 한글보다 영어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젠 한글이 이렇게나 예뻐 보일 수가 없다. 1층에는 땅따먹기 할 수 있는 게임판도 있었다. 아주 어릴 적 긴 줄넘기, 고무줄, 땅따먹기 하고 놀았는데 잠시 추억에 잠겨보았다.

딱지가 팔 것 같은 문방구도 보였다. 불량과자랑 맛있어 보이는 사탕들도 보이고 참 잘했어요 간판이 맘에 새겨졌다.

종각역 쪽으로 향하다 보니 쌈지길도 보였다. 이게 생겼을 땐, 뭔가 새로워 보이는 신기한 계단과 소품집들이 모여 있어서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월요일 점심때라 그런 것이겠지? 조용한 인사동에 한글간판들만이 "나 여기 인사동이네"하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한글간판 생기고 이 곳 또한 명소 아닌 명소가 되어서 꼭 들러보는 곳이었는데 여기도 조용하다. 아니었음 내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커피도 한잔 했을 텐데. 안국역에서 종각역으로 향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힌 적이 없었다. 이전에는 한걸음 한걸음이 내 의지대로 걸어지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면 원치 않게 엿을 사거나, 부채를 하거나 했었는데. 그것도 그것 나름의 인사동 매력이었다.

오늘은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나 홀로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인사동을 느낀다기보다 그저 인사동을 지나가는 그런 느낌. 인사동 끝자락에서 나는 낙원악기상가와 길 건너 탑골공원을 보았다. 이 곳은 서울의 인사동 근대의 시간이 멈춰 있는 곳. 유난히 올해 겨울은 더 아린 이 곳. 나는 인사동을 다녀왔다.


체크포인트: 잉어빵이 안 팔았다

담장 옆의 국화꽃: 8,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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