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잔소리 3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
이현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 하늘이 무너지는 총성
소나기처럼 퍼붓는 전쟁터에서 피어나는 연기
미국군복 잘 어울리셨던 큰 키의 외할아버지
궁궐 같은 집에 사시던 마음이 넉넉한 분이셨다
개미떼같이 몰려드는 군인들 돌보아 주시며
누구나 난리통에 좋은 인심도 사라진다 말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군인들의 숙소를 허락하셨다
배고픈 이리떼 처럼 북한군 밀려온다는 소식에
산더미처럼 지게 짊어지고 줄지어 떠나는 피난길
돈이 된다면 뭐든지 가져갈 욕심 모두 내려놓고
"글쎄 황소고집 그런 고집 없을 게다,
당신 물건도 아닌 맡겨둔 양복점 안사장
무거운 미싱대가리 지게에 들쳐 매고 가는 게야"
도망치듯 떠나는 생사의 갈림길 에서 구지 말이다
장대비 같이 퍼붓던 포화 잠잠해지던 어느 날
물어 물어 다시 찾은 양복점 안사장님 목이 매어
말을 잊지 못하며 대나무 솔바람처럼 흐느낀다
" 어르신 미싱 가져오신다고 귀한 물건
다 내려놓고 나오시면 어떻게 하십니꺼"
글썽글썽 소눈물을 흘리시며 안사장님은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딸을 위해 한 땀 한 땀 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정성을 다해 아주 좋은 옷을 손수 지어주었단다 소중하게 지킨 아름답고 고마운 약속 때문에 말이다
*작가 후기
6.25 전쟁 때 외할아버님께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셨는데 군인들과 어려운 많은 분들을 도와주셨는데 양복점 안 사장님도 어머님 학교 다닐 때 직접 옷을 만들어서 늘 주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