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행복한 잔소리
#그리움 갈았다
이현우
" 칼이 말을 안듣는다 잘 좀 갈아다오"
지나간 무딘 세월 앞에 돌아앉은 조각상
아무도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 덜어낼 수 없이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눈물빼는 순간순간들 조금의 미안한 기색도 없이 좁고 어두운 터널 속에 너덜너덜거리는 괴로움 뒤로 한 채 장발장의 답답한 독방 속으로 감금해버렸다 고단한 삶의 무게에 눌려 날렵하던 몸둥아리 점점 점 두꺼워져 생명의 빛 잃어갈 즈음, 하루도 빠짐없이 쓰면서도 쉴 수 없는 칼날같은 숙명 진정 감사할 줄 모르며 부끄러워하지 않는 주인에게도 더 이상 움직임이 둔해질 때 까지 하루 세 번,
어떨때는 시도 때도 없이 일한다
넉넉한 정 많은 대장쟁이 너털웃음 게으름 탓하시며 거친 숫돌 같은 투박한 자상함으로 투덜대는 속좁은 마음 다듬고 다듬는다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살다 오래된 껍질을 벗고 눈부신 칼날되어 돌아온 빛나는 육체 부드럽게 춤추는 무사가 개선장군처럼 입장한다
보고파서 눈을 감는다 쓸쓸히 떠난 남겨진 자리
맷돌 위에 가려버린 세월 누워서 잠잔다
스삭스삭 옷을 벗는 그림자 다시 만날 수 없는 흔적을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