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학공간 발행인이신 최광호 시인께서 향기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내곤 하는데 내가 문학공간을 통해서 등단을 해서인지 나도 그 향기 메일을 받아 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받은 향기메일의 제목이 ‘모순법’ 이고 글의 내용은 류철님의 사진작품과 글로 아래와 같은 신선한 충격을 주는 시었다.
-일몰 보러 동해로 가고
일출 보러 서해로 갑니다.
가끔은 그러고 살지요.
류 철 / 삼척에서-
일출과 일몰, 이렇게 말을 하면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해맞이 하면 동해 쪽으로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또 그렇게들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서해 쪽으로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다들 그렇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한반도라는 지도를 놓고 보았을 때의 상황이고 국지적 측면에서 보면 지금 바로 내가 서있는 축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가 동서가 되고 전후가 남북이 되니 서해에도 동서남북이 있고 동해에도 동서남북이 있다는 것으로 위의 시는 모순 어법이면서도 모순이 아닌 철학을 담고 있다 할 것이다. 즉, ‘나’라고 하는 실존의 존재 의미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면 모순법이란 어떤 의미이며 어떤 개념 일까?
먼저 모순이라는 단어를 놓고 국어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 본 후 모순법 또는 모순 어법과는 어떻게 그 의미가 달라지는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모순이란 한자로 矛盾이라고 쓰는데 矛는 그 뜻이 창을, 盾은 그 뜻이 방패를 뜻하여 창과 방패의 결합어로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하여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였다는 데서 유래하여 어떤 사실의 앞 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로 이 모순은 서로 양립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존하게 된다.
이러한 모순의 의미 안에서 모순법이란 문학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모순어법이라고도 하는데 ‘수사법에서 효과적인 표현을 하기 위하여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소리 없는 아우성’, ‘침묵의 소리’ 같은 어법이 이에 해당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삶의 고난을 터득한 선인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라” “ 동풍이 불어 닥치면 서풍도 불어 닥칠 때가 온다”는 등의 삶의 경험 철학을 이야기 한다.
서두에 소개한 류철 시인의 ‘일몰 보러 동해로 가고 일출 보러 서해로 간다’는것이 아마도 이런 삶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모순 어법의 철학은 풀리지 않는 삶을 풀어가는 수도자의 길과 같은 것이라 본다.
하여, 모순법은 자기 수양의 언어 사용이고 강력한 이미지를 생성해서 메시지를 전하는 언어력이라고 나름대로 정의 하면서 서두를 연다.
모순법은 역설의 기법 즉, 패러독스의 기법의 하나로도 응용되고 있다.
여는 말에서 예문을 들었던 ‘소리 없는 아우성’, ‘침묵의 소리’ 는 물론 ‘소란한 침묵’ ‘조용한 군중’ 등과 같은 모순 어법 역시 패러독스의 한 기법이므로 역설이 주는 의미를 새겨 부정의 부정은 강력한 긍정과도 같은 그런 메시지를 내포 한다 할 것이다.
이러한 모순법의 개념 안에서 나의 졸시를 소개하고 체언을 더할까 한다.
지독한 여자 / 이 근모
그 여자는 지독함을 빼고 나면 시체네
온몸에 선인장 가시같이 송곳날을 세우는 여자
나는 그 지독한 여자를 흠모하네
사막의 갈증을 품고 있는, 흘릴 눈물조차 말라버린
하얗게 돋아난 열꽃으로 콕콕 찔러오는 그 여자를
은혜 하네
백화점 문턱이라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자
점포정리 오천 원 짜리 바지 입고
거울 앞에서 폼을 잡는 여자
말바우시장 골목골목을 세 시간이 넘도록 뒤지며
오백 원 짜리 배추 단을 찾는 여자
나의 다리를 지내리게 하는 여자
가끔은 짜장 외식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
나는 그 지독한 여자를 사랑 하네
빛바랜 브래지어를 버리지 못하고 지독한 향기로
젖무덤을 포장 하는 여자
나의 코끝을 간질이는
지독한 그 여자의 지독한 그 향기에
나는 오늘도 죽어 가고 있네
선인장 가시로 이름 없는 화장품 바닥 까지
박박 긁어모아 화장하는 그 여자
나만이 맡을 수 있는 선인장 가시 향기를
나는 사랑 하네
지독한 향기로 오아시스를 가꾸는 그 여자.
왜 이시가 모순 어법에 해당될까?
이 시는 나의 아내를 모티브로 해서 쓴 시이다.
그리고 가난에 찌든 박봉의 월급쟁이 에게 시집 와서 가정의 재정을 일으킨 나의 아내에게 감사와 고마움 그리고 나의 마음속 사랑을 담아 쓴 시이다.
극한 상황에서 생존법을 모색하는 선인장의 모진 삶을 제시하여 고난과 역경에 대한 내 아내의 삶의 의지를 메시지로 그려 아내에 대한 숙명적 사랑의 고백 효과를 높이고자 모순어법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그러면 이 시에서 모순어법의 시어가 무엇일까?
‘콕콕 찔러오는 그 여자를 은혜 하네.’ ‘송곳날을 세우는 여자를 흠모 하네.’
‘향기에 죽어가네.’ ‘가시를 사랑 하네’ 이러한 시어들이 모순어법으로 작용 했다 할 것이다.
모순의 의미와 문학에서의 수사법으로 모순어법 또는 모순법을 활용한다는 내용을 나름대로 기술해 보았다.
모순법은 단순히 시어 자체에서 숙어처럼 쓰여 질 때도 있지만 시어 자체에서는 모순법의 싯귀를 찾아 볼 수 없어도 시문의 전체적 메시지에서 모순법적으로 쓰여질 때도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시어 자체에서 모순법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 시문 전체의 메시지까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본다.
시 창작에서 모순어법을 사용하려 할 때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어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도 좋지만 꼭 이렇게 없는 것을 만들어 내려 하지 말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발견 하는데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모순법은 사물을 묘사하는 기법에서 강력한 이미지 생성은 물론이요 모순되는 양자가 서로 양립하지 못하면서도 공존함으로써 모순이 담고 있는 철학적 사고를 깨달음의 수양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깨달음은 자신을 관리하는 보물이 된다고 본다.
모순어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중심적 사고와는 그 개념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창과 방패를 각기 따로 서로 다른 상대자가 한가지씩만 들었을 때는 서로 적이 되지만 이를 한사람이 두 개 다 들었을 때는 자신의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물건이기에 중심이 자기라는 것이다. 하여 이 모순어법은 삶을 풀어가는 수도자의 길과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하며 모순법을 동원하는 사물의 리얼리티는 단순한 사실적 묘사가 아닌 자신의 가슴속에 있어야 한다는 나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본 주제의 이야기른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