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속성은 아름다움과 진실이다. 이 아름다움과 진실은 시의 경지에 도달 할 수 있는 최상의 가치로 아름다움이란 시가 예술이라는 속성에서 언어의 미적 성취감을 이루어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언어에 대한 삶의 정신으로 삶의 체험이나 경험세계를 통하여 이루어내는 시인의 정신적 성취도를 말한다. 하여 언어의 미적 성취감과 그 시속에 숨 쉬는 정신, 바로 철학의 깊이가 어떻게 얼마만큼 측정되어 지는가에 따라 시의 본질에 대한 성취도가 결정되고 평해질 것으로 본다. 이를 좀 더 알기 쉽게 이야기 해보면 시는 언어 예술로 시인이 조탁해 내는 언어가 예술이 된다는 것이고 시인이란 언어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나타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의미를 새겨 볼 때 언어로부터 나와 언어로 돌아가는 것이 곧 시 이고 이러한 시의 표현 매체는 언어이기 때문에 시어는 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시인이 창출해 내는 시어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언어가 시인의 영감과 선택에 의해 시어로 거듭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시어로 거듭난다함은 이미지 묘사에서 상징과 은유의 언어들로 거듭난다는 의미로 이는 자연 발생적으로 존재하는 언어가 아니고 사유와 사유 속에서 부화시키는 언어인 것이다. 따라서 시인은 사유 속에서 발효된 영감적 심상과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 시어를 창출해 낸다. 이렇게 창작된 시어들은 시인 나름의 즐겨 쓰는 언어들이 있는바, 이 시어들은 그 시인의 작품을 통하여 감지 할 수 있고 이러한 시어들은 어떤 언어에 대한 편애, 시인의 내면의 기질과 경험적 진실을 드러낸다. 따라서 시어는 주체와 객체사이에서 벌어지는 교감을 표출하는 근원으로 세상 모든 존재를 호출하는 현존하는 의식이고 한 순간 영감의 분출이다. 이렇게 분출된 시의 아름다움은 시의 풍부한 심미적 기쁨과 실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정지된 이미지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그 자체의 이미지인 것이다. 또한 시어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각각의 이미지를 구슬 꿰듯 꿰어 진실을 확장시켜 내야 한다.
시인마다 표출해 내는 시어가 다르다. 그러기에 우리는 감동을 주는 좋은 시를 접하면 다시 한 번 음미하면서 감상하고 그 시에 쓰여 진 시어를 내면화해서 그 시어가 주는 이미지를 또 다른 이미지로 묘사해 내고 있다. 이럴 때의 묘사된 시어는 모방도 아니고 표절도 아닌 그 시인만이 발명해 놓은 언어이어야 한다. 여기서 시인만이 발명해 놓은 언어이어야 한다함은 “그 시에 사용된 시어는 우주의 삼라만상인 세계의 개진이며 동시에 세계를 생성하는 시인의 주관적 상징 언어라는 것이다. 일상 언어의 존재방식이 이미 있는 말의 의미에 기대 움직이며 그것을 고갈시키는 방식이라면, 시어는 이미 있는 의미를 무화시키며 거기 텅 빈 자리에 경이와 의미를 불어넣어 꺼진 숨결을 되살려내는 방식이다.”(시어詩)의 발생과 그 기원起源, 2009 한국미소문학)
Ⅱ. 시어 풀이로 본 시 감상
발 열 / 정지용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葡萄) 순이 기어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아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多神敎徒)와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조선지광(1927) 발표작-
[이해와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고열(高熱)로 인해 신음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촉각적 심상과 시각적 심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동일 어구의 반복과 영탄형의 문장 구조를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자식의 고통을 바라보는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표현하면서도 쉼표를 자주 사용하여 숨가쁨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애타는 심정이 대자연의 신비,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어 아이와 부모의 고통의 순간이 저절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기도 의식으로 승화되고 있다.
정지용의 시적 경향은 이미지즘 계열의 사물시로, 능란한 시어 구사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살린 모더니즘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그는 추상적 · 관념적 대상까지도 시각을 중심으로 한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이미지즘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으로 그의 시는 3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는 향토색 짙은 순수 서정의 세계가 비관적 현실 인식에 대한 비애의 정조로 표현되었고, 제2기는 바다의 이미지와 도시의 이미지를 추구한 모더니즘적 경향이 두드러진다. 제3기는 대자연에 침잠해서 일제 말기의 시대적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적 몸짓이 담겨 있다. 그는 능란한 시어 구사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살린 감각적 이미지즘 시인으로 1930년대 전후의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국면을 개척하였다.
이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지용 시인만의 작품적 시어들을 더듬어 본다.
•포도순이 기어나가는 밤, 소리없이 → 적막하고 습한 여름밤의 분위기 제시, 어순의 도치를 통해 시적 긴장감 제시
•가믈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 → 아이의 고열을 극대화한 표현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 어순의 도치가 반복적으로 일어남.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아 오르노나. → 아이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는 화자의 정서가 직접적으로 표출됨.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처럼 →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구체 적으로 형상화함.
•박나비 → 흰제비불나방, 몸은 흰색이며 배에는 붉은 색 줄무늬가 있음.
•주사(朱砂) → 짙은 붉은색의 광물질. 한방에서 열을 내리는 데에 사용되었음.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 반복을 통한 안타까운 심정의 강조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 영탄적인 문장을 통해 부모로서의 안타 까움과 절망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함.
•애자지게 → 애타게, 창자가 끊어지도록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 아이의 고통에 대해 어찌해 볼 수 없는 화자의 절망적인 상황, 화자가 처한 상황과 정서로 '밤' 이라는 배경으로 강조함.
•아득한 하늘에는 /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 아득한 하늘에 별들이 흩 어지는 듯한 모습을 벌들이 나는 것으로 표현함.
영탄적 종결어미의 반복적 사용으로, 안타까움의 정서를 고조시키고 있다.
Ⅲ. 결結
시는 문장의 한 형태이고, 개개의 어휘들이 모여서 문장이라는 유기적인 의미 구조를 이룬다. 그 문장들은 결핍으로서의 주체의 욕망을 드러내 보여주거나 아니면 욕망을 천천히 지워간다. 시는 감각적 언어로 되어 있는, 물질적 세계와 대응하는 의미체이다. 사람들은 왜 시를 읽는가 ? 시속에 새겨진 타자의 욕망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거두절미하고,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은 타자의 경험의 연속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그 속에서 다시-살기를 하는 것이다. 타자화 된 경험 속에서 '나'의 경험을 본원적으로 되씹어 반추하기가 시 읽기다. 잃어버린 생기와 심미적 감각의 불꽃을 일으켜 세우고, 더 나아가 희미해진 起源과 본질들을 다시 보는 것이다.(시어詩語의 발생과 그 기원起源, 2009 한국미소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