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하여 문학이론을 전공한 사람이나 시를 창작하는 시인마다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시의 속성인 아름다움과 진실이 담겨진 시가 좋은시라는 것이 일반적 다수의 의견이다.
그러면 아름다움과 진실이 담겨진 시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아래와 같이 좋은시가 갖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개조식으로 열거해 본다.
1)시는 본질적으로 아름답고 그 속성에서 진실하다(르네 월렉)
2)아름다움과 진실은 시의 숙명이다. 즐거움과 유익함과 시적정의(Poetic Justice)는 권선징악에 기반을 두고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선성(善性)에서 시작 되었다.
3)낙이불음(樂而不淫)하고 애이불상(哀而不傷)해야 좋은 시라는 공자(孔子)의 주장은 2000여년 전 고대시의 기준이지만 지금도 그것은 불변의 정의일 수 있다.
4)진실과 현실을 거부하는 어떠한 거짓도 결코 시가 될 수 없다.
5)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사랑과 진실에서 피어나는 마음의 꽃이어야 한다.
위에 열거한 사항을 담고 있는 시는 분명 좋은 시로의 평을 받는 것이 자명한 일이므로 우리는 시를 지을 때 위의 다섯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고 창작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것이다.
주)
1)애이불상(哀而不傷) : 슬퍼하되 정도(度)를 넘지 아니함
2)낙이불음(樂而不淫) : 즐거워하되 음탕하지 아니함
복수초 사랑 / 이근모
얼음장 아래 흐르는 물을 길어 빚은 눈물이
눈밭에 고여 있네.
얼음새로 날아와
병아리 주둥이처럼 짹짹거리듯
그렇게 꽃잎 벌리는 설연화여
얼음의 심장이 저리도 노란 것은
사랑을 태울 수 없는
한 서린 여인의 혼령인가.
눈밭에 찍힌 발자국에
사랑 찾아 헤매는 사연을 적어
얼어버린 고백을 배송하네.
강요당한 사랑에
순정이 흘린 애절한 피 꽃으로 피워
깊은 한숨과 함께 슬픈 추억 흘러나오네.
꽃잎 나부끼면
태양은 황홀하여 더욱 밝게 빛을 내던
바람은 멍하니 멈추어 서서 바라보던
비는 서둘러서 꽃잎 만지려 내리던
달은 너의 자태 보려고 낮게 내려오던
그 황홀했던 생애의 먼지 낀 추억.
<시 감상 이해>
[복수초]
이른 봄 가장 빨리 꽃망울을 터트려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꽃말은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이고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다.
키 10∼30cm에 꽃지름은 3∼4cm 정도이며 다년생초다. 복수초는 얼음속에서 새처럼 아름답게 피는 꽃이라 하여 일명 ‘얼음새꽃’ 이라 불리며 눈 속에서 피는 꽃 이라 하여 ‘설연화’로 불리기도 한다.
복수초는 연꽃처럼 아침에 열리고 저녁에 닫히며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도 꽃잎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태양을 바라보며 피는 꽃이기도 하고, 또 복수초는 모든 식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황금색 꽃망울을 터뜨리고 여러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에서 열매를 맺고 다음 해 봄까지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복수초 전설]
옛날 옛날, 하느님만이 이 세상에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하늘나라에 크노멘 공주라는 아름답고 젊은 여신이 살고 있었다. 물론 여신들은 모두 다 아름답웠지만 그 중 에서 도 크노멘공주는 특히 아름다웠다.
공주가 긴 드레스 자락을 하늘하늘 나부끼며 걸으면
태양은 황홀하여 더욱 밝게 빛을 내고 바람은 멍하니 멈추어 서서 공주를 바라 보았다.
윤기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만져 보려고 비는 서둘러서 내렸고, 달은 공주의 얼굴을 보려고 낮게 내려왔다.
"크노멘 공주를 누구에게 시집보내면 좋을까?"
공주가 나이가 들자 아버지인 하느님은 매일매일 고민했다.
하늘나라에는 젊은 남신들이 많이 있었다.
하느님은 젊은 남신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고민했다.
"꽃 신은 착하지만 믿음직스럽지 못해. 냇물 신은 아름다 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툭하면 제멋대로 날뛰고, 원숭이 신은 똑똑하지만 버릇이 없어. 새 신은 날쌔지만 말이 많고, 물고기 신은 부지런하지만 가난해. 산 신은 부자 지만 터무늬없는 겁쟁이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참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하느님이 고른 것은 두더지 신이었다.
"두더지는 누구보다도 용감해. 정의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우고 아주 날렵하고 똑똑하지.
게다가 착하고 산 신보다 부자야. 땅도 많이 가지고 있지."
두더지 신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땅을 갖고 있었다.
하늘 나라에서 땅으로, 땅에서 땅속까지가 거의 두더지 신의 땅이었다.
그러나 용감하고 똑똑하고 착하고 부자인 두더지에게는 딱 한가지 결점이 있었다.
그것은 젊은 신들 중에서 가장 보기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느님은 마음만 올바르고 아름다우면 겉모습은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두더지 신을 크노멘 공주의 신랑으로 정했다.
먼 옛날 하늘나라에서는 아버지가 딸의 신랑을 정했던 것이다.
"빨리 크노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해 주게나."
하느님은 두더지를 찾아가서 부탁했다.
"너무 행복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두더지는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말했지만 가슴 속은 불같이 타 올랐다.
하늘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노멘 공주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했다.
"목숨을 걸고 크노멘 공주를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두더지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을 하며 약속의 증표인 보도(매우 귀중한 칼)를 내놓았다.
하느님도 보도를 꺼냈다.
두사람은 서로 약속의 증표인 칼을 교환하고 크노멘 공주와 두더지의 결혼을 맹세했다.
"너를 두더지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
하느님의 이야기를 듣고 크노멘 공주는 깜짝 놀랐다.
"뭐라구요? 왜 제가 하필이면 하늘나라에서 제일 못생긴 두더지와 결혼해야 되지요?"
크노멘 공주가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것은 못생긴 외모였다.
"두더지는 눈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고, 코는 너무 크고, 키는 작달막하고게다가 팔자걸음이잖아요. 싫어요. 저는 절대로 두더지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화가 난 크노멘 공주를 하느님이 달랬다.
"네가 보고 있는 것은 외모 뿐이지 않느냐?
두더지의 마음도 한 번 생각해 보아라. 착하고 매우 똑똑하고 매우 용감하지 않느냐?
나쁜 곳이라곤 한 군데도 없다. 게다가 넓은땅도 가지고 있지 않느냐?"
"싫은 건 싫은 거에요"
크노멘 공주는 소리를 지르며 아버지의 궁전을 뛰쳐 나갔다.
공주가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두더지는 매일같이 선물을 보냈다.
봄에는 두더지의 영토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을,
여름에는 가장 북쪽 땅에서 잘라 온 얼음으로 만든 백조를, 가을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 열매를....
크노멘 공주는 두더지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화를 내며 망가뜨릴 뿐이었다.
초겨울에는 비단옷을 보냈다.
한 가닥 한 가닥 정성들여 실을 뽑아 옷을 짓고,
그 위헤 크노멘 공주의 모습을 수놓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것을 봐라."
아버지는 크노멘 공주 앞에 비단옷을 펼쳐 보였다.
옷 위에 수놓아진 공주의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공주와 결혼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두더지는 한 올 한 올에 정성을 다하여 며칠에 걸쳐 옷을 짰던 것이다.
비단 옷 다음에는 금비녀를 보냈다.
조그맣고 빨간 돌로 크노멘 공주의 이름을 새긴 아름다운 비녀였다.
"너는 아직도 두더지의 마음을 모르느냐?"
아버지는 크노멘 공주를 꾸짖었다.
"나와 두더지는 하늘나라의 법에 따라 보도를 교환했다.
그러니 너는 두더지와 결혼식을 올려야만 한다."
하늘나라의 법에 따르면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죽여도 괜찮았다.
"억지로라도 너를 두더지에게 보내야겠다."
칼을 교환한지 300일이 지난 날, 하느님이 크노멘 공주에게 말했다.
"싫어요."크노멘 공주는 딱 잘라 말하고 금비녀를 집어 던졌다. 비단옷을 쥐고는 엉망진창으로 찢어 버렸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그런 짓은 용서할 수 없다."
크노멘 공주는 화가 나서 잡으려고 하는 아버지를 피해서 도망쳤다.
어둡고 추운 겨울 밤이었다. 북풍이 휘몰아치고 눈도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저를 도와 주세요."
크노멘 공주는 곰에게 부탁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도와줄 수는 없지."
곰은 모르는 척 했다.
"나를 좀 숨겨 주세요."
푸른 나뭇가지를 늘어뜨리고 서있는 소나무에게 부탁했다.
"안 됩니다. 두더지의 마음을 몰라주는 당신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
소나무는 딱 잘라 말했다.
"나를 어디 먼 곳으로 데리고 도망쳐 줘요. 두더지가 없는 곳으로 가 버리고 싶어요."
크노멘 공주는 북풍에게 부탁했다.
"두더지의 땅은 세상 끝까지 걸쳐 있습니다. 이 세상엔 두더지가 없는 곳은 없어요.
내 마음은 차갑지만 지금도 계속 두더지가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목숨을 걸고 소중히 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풍인 나도 그런 두더지의 마음을 아는데 나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당신이 왜 두더지의 마음을 모르지요?"
북풍은 차갑게 말했다.
"싫은 걸 어떻해요."
발을 구르는 크노멘 공주의 귀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제멋대로인 너를 더 이상 내 딸이라고 여기지 않겠다. 내가 내리는 벌을 받아라."
두더지의 마음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크노멘 공주는 아름다운 젊은 여신의 모습을 잃어 버리고, 금색의 조그만 꽃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