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는 창의성 도구, 인간의 질문이 핵심이다

AI는 창의성 도구, 인간의 질문이 핵심이다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AI는 브레인스토밍 도구인가, 모방 도구인가?


2025년 6월, 챗GPT를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에 대한 뉴스가 아니었다. 인간의 사고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챗GPT의 창의적 한계에 대한 분석이었다.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연구팀은 챗GPT가 제안한 아이디어 중 94%가 인간의 아이디어와 겹쳤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창의성의 '평균화' 현상이라 볼 수 있으며, 사용자에게 챗GPT가 다양한 아이디어의 샘이 아니라, 평균적인 생각을 모방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경고는 브레인스토밍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브레인스토밍은 단순히 많은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다. 상상력의 폭을 넓히고,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발굴하는 창조적 과정이다. 챗GPT와 같은 LLM이 제공하는 것은 ‘정확한 답변’이지만, ‘신선한 통찰’은 사용자의 질문 방식에 달려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아이디어를 잘 얻는 5단계 프롬프트 전략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와튼스쿨 연구팀은 챗GPT에서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유도하는 5단계 전략을 제안했다. 이 전략은 단일 질문이 아닌, 대화형 사고 흐름(Chain of Thought)을 통한 반복적, 확장적 질문으로 구성된다. 요점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필요 없다’는 단선적 결론이 아닌,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품질과 창의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1단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라.


예를 들어, ‘여름휴가 어디가 좋을까?’라는 질문 대신, ‘덥지 않고 조용한 자연 속 숙소가 있는 7월의 국내 여행지 3곳을 추천해 줘’라고 요청하라. 요청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챗GPT는 더 다양하고 정확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2단계: 두 개 이상의 답변을 요청하라.

브레인스토밍은 다다익선이다. 10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요청함으로써 초반 5~6개 평범한 답변을 지나 진짜 창의적인 제안을 얻을 수 있다. ‘10개의 독창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를 줘’, ‘20개의 신제품 이름 후보를 줘’와 같이 다량의 답변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3단계: 후속 프롬프트로 더 대담하게 유도하라.

기존 아이디어가 평범하다면 ‘이 중 가장 대담한 방향으로 다시 정리해 줘’ 혹은 ‘이 아이디어들을 조합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꿔줘’ 같은 후속 질문을 하라. 이는 인간의 사고과정을 흉내내는 Chain of Thought 유도 방식으로, AI가 보다 창의적인 방향으로 사고를 이어가게 만든다.


4단계: 가상의 역할을 부여하라.

역할 놀이(Role-playing)는 AI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예를 들어 ‘너는 스타트업 창업 컨설턴트야. 나는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창업자야. 아이템 구상을 도와줘’라고 하면 AI는 그 상황에 맞는 창의적 해결책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5단계: AI에게 평가와 조합을 요청하라.

AI에게 단순히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중 가장 효과적인 3가지를 골라줘’ 혹은 ‘이 아이디어를 A와 B처럼 결합해서 더 발전시켜줘’ 같은 피드백 요청을 통해 정제와 평가를 맡길 수 있다. 심지어 ‘점수를 매겨줘’, ‘비판적으로 리뷰해줘’,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줘’ 같은 요청도 유효하다.


왜 ‘평균적 AI’가 위험한가?


이와 같은 다양한 전략을 소개하며 연구진은 공통된 우려를 덧붙였다. 챗GPT는 너무 똑똑해 보이지만, 결국 ‘평균적인 사고’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AI는 전 세계 수많은 데이터에서 가장 보편적인 패턴을 학습한다. 이는 사용자의 질문이 특별하지 않다면, 답변 역시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AI는 설득력 있게 답할 수는 있지만, 비판적 사고나 독창적 판단은 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럴듯한 AI의 조언에 의존해 모든 의사결정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와튼스쿨의 크리스티안 터비쉬 소장은 “챗GPT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은 결국 인간이 내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현실 적용 사례: 창의성과 CoT 프롬프트


실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을 현실에 적용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버그를 찾기 위해 “지금은 생존 게임이다. 코드 속 버그는 네가 탈락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라고 챗GPT에 ‘서바이벌 상황’이라는 가상의 압박을 부여했다. 이 방식은 AI가 더 치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코드 확인해 줘’라고 요청하는 것보다 훨씬 우수한 결과를 이끌었다.

또한 콘텐츠 제작자나 마케터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문구 작성을 요청할 때 ‘너는 뉴욕타임스 기자야’, ‘너는 MZ세대 대상 카피라이터야’처럼 역할을 부여하며 톤을 조정하고 있다. 이것은 결과물의 다양성과 활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결론


AI를 넘어서기 위한 질문의 기술


AI 시대, 중요한 것은 더 똑똑한 기술이 아니라 더 똑똑한 질문이다. GPT는 훌륭한 도구지만, 창의적인 질문 없이는 평범한 대답밖에 주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챗GPT에게 스스로 상상하게 하고, 대화를 이어가며, 평가와 도전을 유도해야 한다.

즉, AI는 당신의 브레인스토밍 동료일 수 있지만, 결코 ‘창의력의 대체자’가 아니다. 결국 창의성의 주체는 인간이며, 챗GPT는 그 창의성을 확장시키는 렌즈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렌즈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은 단 하나, 질문의 힘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구글의 AI 학습 강제와 그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