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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갑

잃어버린 지갑


       

                 이현우



  참기 힘들어 헐레벌떡  뛰어 들어간

  조용하게 잠자는 시골공중 화장실

  외롭게 서 있는 좌변기 위에 두툼한 지갑

  두리번 두리번 쳐다보며 유혹한다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옛날 힘들고 다급했던 기억

  모락모락 하루종일 잃어버린 지갑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닌 찾을 수 없었던 과거

  빼곡하게 들어가 살고 있는 지갑속에

  신분증,카드,명함 알뜰하게 찾는다

  휴우,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 없는

  애가타서 정신 없을 주인의 전화번호

  어디에 꼭꼭 숨었을까?

  외국인 신분증 카드,

  화물 운전자격증,

  대형운전면허증,

  각종 은행의 귀한 카드,

  다시 발급받기 힘든 신분증...

  잊어버리면 한숨 짓게 만들 소중한 분신들

  얼마나 힘든 시간 보내고 있을까, 그대는

  사냥개처럼  주변 가게 찾아 다니다

  중국동포 운영하는 가게 불쑥 들어가

  이런저런 속사정 말하며 부탁한다

  "사장님, 중국동포 지갑인데 꼭 찾아주세요"

   명함 한 장 남기고 바쁘게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한 전화 목소리

   귓가에 훌쩍훌쩍 울린다

   

 " 사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신분증 없으면 강제추방인데 정말 고맙습니다"


   한 번 만나 보답하겠다고 말하는

   낯설은 땅에서 고만 고만하게 사는 동포에게

   그냥 괜찮다,말하며 바라본 밤 하늘

   총총박힌 별들 환하게 속삭이며

   포근하게 다가와 안긴다

   수고했다 행복한 미소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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