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이현우

삶은 알다가도 모를 주말을 기다리는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인지 모른다
서늘한 바람 떠나며 남겨진 씁쓸한 소주잔

붙이지 못한 편지 손 흔들며 뛰어가다
놓쳐버린 통근버스,
삶은 참을 수 없는 찾다가 찾다가 들어간
허름한 공중화장실
늦장 부리다 손바닥 맞는 미완성 리포트 인가

힘들어 울어버리고 싶을 때 슬며시 다가와
등 두들기며 어려울 때 내민 적금통장
죽음의 벼랑 끝에 서서 말없이 눈물 떨굴 때...

인생 뭐 있냐! 씁쓸한 소주 한 잔 하자
세상 다 가진 듯 큰소리치는 고향 선배의 허풍
타는 속 풀어주는 아주머니의 얼큰한 손맛

허전한 밤길 거니는 가슴 베인 상처, 상처들
그리고 아물지 않은 그 상처 때문에 떠나야 하는 눈물 젖은 바다,
돌아갈 수 없는 철 지난 간이역의 기차표

마음 비운 소주잔 가슴 데우면 밤하늘 달래주며 노래하는 철 지난 트로트 가사
목 아프게 울어대며 기약 없이 떠나야 하는 플랫폼의 마지막 인사

하얀 손 흔드는 해바라기는 무사히 도착했을까?
등대 불빛은 외로운 바다를 애무하며
철썩철썩 속 깊은 정사는 끝날 줄을 모른다

*B사감과 러브레터는 새벽을 그리며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 [B사감과 러브레터]는 현진건의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소설 빈처, 운수 좋은 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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