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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린 Feb 24. 2020

인생은 떡볶이 아니면 치킨

3. 내가 행복해도 될까

  늘 그렇듯, 나는 자주 불안하다. 어려서부터 버릇처럼 두려움과 친구했다. 결혼 후, 평온한 일상이 오히려 불편했다. 즐거움이 영 내 것 같지 않았다. 언젠가 닥쳐올 불행을 막연히 준비하는 것에 더 익숙했다. 늘 무언가 준비하고, 계획하고, 상상하며 현재를 버텼다. 무언가 막상 계획대로 이뤄지면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일까. 가슴 한구석이 쿡쿡 쑤셨다. ‘내가 대학은 갈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돈은 벌 수 있을까.’ 삶은 늘 어려운 숙제였다.


  공모전에 당선되고, 내 이름이 적힌 책이 나왔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오랜 시간 빙 돌아온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게 이뤄진 게 태어나 처음이야.”라며 남편을 안고 울었다. 이틀쯤 지났을까. 나는 언제나처럼 다시 걱정에 휩싸였다. ‘내 글이 괜찮을까, 사람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을까, 천 부나 찍는데 안 팔리면 어쩌지.’ 북 콘서트 요청에 흔쾌히 대답을 해놓고, 다시 막막해졌다. ‘지루하지 않을까, 잘 할 수 있을까, 누가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오지 않은 염려를 불러놓고, 기쁨과 멀어졌다. 지금껏 불안은 관성처럼 나를 감싸고 있었다. 잠시 평안해지려고 하면, ‘넌 그럴 자격이 없어.’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손과 머리와 마음에 걱정과 근심과 집착이 가득하다면, 나그네가 제집처럼 편히 여길 공간을 비워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은 상담사나 목회자 또는 교사의 방에 들어설 때 실감할 수 있다. 사방 벽은 물론이고 책상과 의자에까지 책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꺼내놓은 사사로운 이야기에까지 신경을 써줄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 헨리 나우웬, 월터 개프니, 《나이 든다는 것》, 127쪽


  사실 두려움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문제이다. 끝없는 근심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수없이 재생되며 생겨난다. 나는 현재를 잘 살지 못 한다. 대신 과거나 미래를 산다. 과거 누군가로부터 상처 받았던 일을 곱씹으며 괴로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어림잡아 고민한다. “네가 뭐라고?”라며 내리 꽂힌 그 사람의 말, ‘정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뿌연 걱정, 언제나 기쁨은 남의 것이었다. 나를 비워야 한다. 

  

  인생은 어차피 떡볶이 아니면 치킨. 평범한 날은 매운 떡볶이를 호로록 넘기고, 조금 특별한 날은 바삭한 치킨을 한 입 베어 물며, 지금을 살 수 있다면 ‘기쁨’과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즐거운 삶은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Photo by GoodEats YQ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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