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버텨야 했던 시간들

by Helena J

아들아, 미안해.


엄마의 삶의 무게가 너무도 버거웠어.


엄마도 인간이기에, 나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너희들을 돌볼 마음의 힘이 없었단다.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엄마인 나밖에 없었던 너희에게 기댈 품을 내어주지 못한 건, 항상 미안하고 또 미안하단다.


다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때의 나는 늘 소리로 버텼다.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말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당시 대통령이 전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지정해 준 한 공휴일이었다.


빠듯한 생활비에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었어도, 나는 그날의 기회를 아이들의 체험활동에 이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방의 어느 곳에서 카약 무료체험을 해주는 곳을 온라인으로 예약한 후 그곳으로 향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하루를 그렇게 다녀오면서 생기는 부수적인 지출을 계산하느라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경제적인 압박감으로 내 속이 복잡하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 체험을 하는 날이었음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장시간 운전으로 목적지에 도착한 후 우리는 카약 체험을 했다.


그날의 아이의 사진은 지금 들여다봐도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날 그 장소에서 아이들의 표정은 하나도 즐거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경제적 지출에 예민하다 보니, 별것도 아닌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더 최악이었던 것은,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기 전 운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저녁으로 먹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을 때였다.


두 녀석은 뒷자리에서 “라면”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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