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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J Apr 29. 2023

건강하게 돌아와 줘서 고마워, 아들!

"Grateful for Your Safe Return, Son!

"600미터 앞에서 목적지가 오른쪽에 있습니다."

결국 목적지까지 혼자 떠나야만 했다. 


다행인지, 12시 예약해 둔 페리가 운행이 취소가 되어 다시 2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운행취소이메일을 확인을 못했구나....'

망설임 없이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새 일어나 아침 먹고 나갈 준비하는 아들을 픽업할 수 있었다.

어제 캠핑짐까지 함께 차에 실은 아들이지만 

오늘 아침엔 둘 다 함께 떠날 준비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미 다른 아들은 외출해 버린 후.

어디 있는지 알아서 픽업하여 함께 가려했지만 나와 함께 있는 아들이 혼자 있기를 원했다. 

'그래, 가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거야!'

'함께 못 가는 아이의 상담시간은 내가 대신 받으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들은 차에 타자 마자부터 잠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페리를 기다리는 동안, 우울감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무엇인가 달콤함을 전해주고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이스크림'


만 16살이지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내겐 아직도 어린 아이다.

대기라인에서 승선할 수 있는 페리를 기다리는 2시간 동안 아이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하고 있어서인지 낮시간동안에도 많이 피곤해하는 듯했다.


'낮과 밤이 바뀐 아들의 생활 패턴' 


이 습관이 아들에게 무기력한 아침을 가져다주는 것을 

이 엄마는 잘 알고 있지만 아들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옆에서 보는 엄마는 답답하기만 한데, 

청소년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가 스스로 깨우치고 극복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깨우침을 조금 더 일찍 가질 수 있도록 아이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우리 가족은 캠핑을 다닌다. 


아직도 기온은 차갑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기분 좋게 만드는 오후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속에 고독해 보이는 아들.


감정일기를 적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여 얼마 전 작은 다이어리를 한 개 사서 아들에게 전달하였다.


"너의 감정을 여기다 적어봐, 그리고 아무도 볼 수 없게 너 가방 안에 넣어 가지고 다녀."


며칠 후, 아들의 방 정리를 하다 그 다이어리 옆에 연필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며칠 동안 아이 방안에 방치된 다이어리옆에 연필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열어보았다. 

아이는 '삶의 의미'에 대해 방황하고 있었다.


'남들은 대충 살아도 다 잘 사는데 자신은 사는게 힘들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한 장 적었구나, 아들' 기특하구나. 

하지만 이 세상에 대충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없단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내가 가진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이 더 커 보이고 쉬워 보이는 것뿐이란다.'

'이 세상의 사람들 대부분이 한 덩이의 고민을 가지고 살고 있어. 

모두 다 각자의 걱정거리가 있지.'

'그렇지만, 아들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렇게 눈이 뜨면 각자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거란다.'

'물론,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화가 많이 나는 일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말이지.'

'이 엄마가 그렇게 살아왔듯이 말이지'

'아들아~, 자신의 감정에 휘말려서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나약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너 자신 스스로가 나약해지는 거란다.'

이 엄마는 아들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다정스럽게 아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 내 아들들이 태어났을 때 아이들은 내가 이 세상에 사는 의미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이 엄마가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 

아이들에게 환한 미소와 다정한 목소리를 항상 들려주었을 때,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들은 이 엄마를 '예쁜 엄마'라고 부르며 

항상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어느 날, 이 엄마에게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벅찬 시간이 다가왔고, 

그래서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다정한 엄마의 모습을 한순간 잃어버린 아들들은 예전처럼 밝은 미소를 가지지 않았다. 다시 우리 가정이 안정된 모습을 찾게 되었을 때 이 엄마는 내 삶의 의미와 희망의 의미를 가져다준 것이 내 아들들이란 것을 잊은 채 단 한 가지 목표를 항해 달려가는 차가운 모습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정한 내 목표가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내 아이들에게 최선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다정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다. 

그리고는 항상 힘들어했다.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존재였을 수도 있겠다. 


아이가 어렸던 어느 날 문득,

이 엄마에게 말하였다. 외롭다고!

미안하다, 아들아!

'엄마가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고 살아왔어.'

'당시 어린 너희들에게, 

이 세상에서 너희들이 믿고 의지하며 사는 유일한 존재인 이 엄마가 

너희들을 향한 사랑의 말과 행동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이 미안하다.'

다시 예전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너희들이 보낸 하루하루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고 들며 너희들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오늘도 열심히 잘 보냈구나, 애썼다."

라고 꼭 안아주며 말해주고 싶단다.  


아들이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는 날에는 

"니 옆에는 엄마가 항상 있잖아, 사랑해!"

라고 말해주고 싶단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부모역할을 해 주었더라면, 
지금처럼 아이에게 삶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이것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강한 의지를 가지지 않았을까?'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청소년이 된 아들에게 말하였다.

늦은 저녁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말하였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보내고 돌아와 줘서 고마워!" 
"엄마의 살아온 삶이 고단하여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고 살았구나, 미안하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은 엄마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이 엄마의 말이 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느껴졌다. 

가끔은 대꾸한다.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아이의 마음은 이미 조금씩 열리고 있다. 


다음번에는 상담을 위한 캠핑이 아닌 진짜 캠핑을 계획하였다. 

과연 두 아들들은 당일 아침에 이 엄마와 함께 떠날 것인가......


영상으로 함께 하는 이야기(캐나다 벤쿠버 캠핑 영상)

https://youtu.be/a2Vr2fhQX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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