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빠진 집, 연결되지 않는 마음

by Helena J

우연히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백만장자들이 단돈 100달러만 들고 연고도 지인도 없는 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해 10억 원 규모의 비즈니스를 일정 기간 안에 만들어내는 도전이었어요.


그중 한 사람의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는 청소년 시절 마약 중독에 빠졌고, 거의 20살이 될 때까지 마약에 찌들어 살았다고 털어놓았어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는데, 고등학생 무렵부터 무너졌다고 하더군요.


어느 날, 또다시 마약에 취한 채 어머니 앞에 섰는데, 어머니가 단호하게 말씀하셨대요.
“이제 그만. 다시는 나를 찾지 마.”


그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요.
“엄마마저 나를 버리면 나는 진짜 끝이구나.”


그는 엄마와의 인연을 잃고 싶지 않아서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그 계기를 통해 삶을 바꾸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사랑’, 그것이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에 저를 따라 캐나다로 온 아이들은, 주니어 하이부터 졸업까지는 비교적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주니어 하이 마지막 해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마침 그 무렵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어요.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크롬북이 하나씩 지급됐고, 아이들의 스크린 타임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저와 아이들 사이에는 작은 갈등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키도 커지고 생각도 자란 아이들은, 이제는 엄마의 말을 예전처럼 고분고분 듣지 않았습니다. 와이파이 사용이나 크롬북과 관련된 제 말을 거칠게 반항하며 받아쳤고, 저는 그 반응을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그날도 아들의 방 앞 복도에 서서 화를 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밀려왔습니다. 잠시 고개를 돌리니, 열려 있는 화장실 문 안으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스르르 말려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당시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게 싫어서 일부러 TV만 틀어놓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주말에도 소파에 앉아 말없이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을 보곤 했어요.
드라마는 점점 어두운 범죄 이야기로 흐르고 있었고, 어느 토요일 낮, 그날도 저는 TV 앞에 앉아 있었어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왼쪽 귀로 누군가 입김을 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낯선 여자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그 웃음소리는 너무도 선명했고, 그 순간 제 몸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소리를 낼 이웃도 없었고, 현실이라기엔 너무 비현실적인 경험이었어요.


그 집은 오래된 공동묘지 근처에 있었고, 관리가 거의 되지 않는 곳이었지요. 그곳에서 지낸 1년 동안, 아이들과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결국엔 집주인으로부터 "더는 이 집에 살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짐을 싸야 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다른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그 뒤로도 아이들은 여전히 온라인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 중 한 명이 파트타임 일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수입을 벌게 되었는데, 가장 먼저 한 일이 집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것이었어요. 몇 년을 와이파이 없이 지내며 아이들을 어떻게든 세상으로 이끌어보려고 했던 제 노력이, 순간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과 저 사이에 가장 부족했던 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나는 왜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지 못했을까.” 이 질문은 종종 제 마음속을 맴돕니다.


알고 있어요.
혼인 중에도, 이혼 후에도, 그리고 이민 생활 내내 저는 늘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았어요. 스스로 행복하지 못했고, 늘 마음 한편에 스트레스를 품고 살았기에 아이들에게 따뜻한 엄마가 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그 안에서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나를 먼저 사랑해보려고 합니다. 유튜브는 그 시작이 되었어요. 작지만 분명한, 나의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전 03화캐나다 이민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스트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