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영상 속 마음의 평화
트라우마는 그것을 직접 겪지 않은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대물림된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캐나다의 ‘Truth and Reconciliation Day’(진실과 화해의 날)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였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과거 100년 가까이 원주민 아동들을 강제로 부모로부터 분리해 기숙학교에 보내고, 그곳에서 언어적·정신적·신체적 학대를 가했던 역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습니다. 그 트라우마는 단지 당사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녀 세대에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직접 겪지 않아도 전해지는 상처, 그것은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 오드리 헵번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 하의 네덜란드에서 성장하며 굶주림과 공포, 가족과의 이별, 죽음을 경험했다고 해요.
그녀는 전쟁 후에도 음식에 대한 불안과 영양 결핍에서 오는 질병으로 평생 고통을 겪었고, 이는 생존 자체가 매일의 싸움이었던 전쟁 트라우마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부모 세대의 전쟁 트라우마가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직접적인 기아를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오히려 음식에 대한 과잉 반응으로 비만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나의 외로움과 결핍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진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종종 외롭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출퇴근으로 바빠 평일엔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했지만, 주말엔 늘 나들이를 가거나 친구들과의 활동을 함께하며 아이들을 돌봤어요. 친구 엄마들과 모임을 주선해 축구, 생태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늘 함께였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10살 무렵, 제게 말했죠.
“엄마, 난 외로워.”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항상 함께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야 알겠어요. 아이들의 외로움은 단순히 시간이나 활동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이 외로움 속에 살아왔고, 특히 엄마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습니다. 사춘기 이후로는 가족과 같은 공간에 살아도 정서적으로는 완전히 혼자인 느낌이었죠.
그래서 결혼이 실패로 끝났음에도 아이를 낳기로 한 것도, 나만의 가족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뿌듯하고 감사한 순간이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일이 축복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각자의 외로움에 빠지고, 방황하기 시작하자… 다시 저는 ‘이 가족 안에서조차도’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만든 가족 안에서, 다시 외로워지는 나.
새로운 도시로 이사 온 뒤, 저는 아이들과 캠핑을 시작했어요.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다시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어요. 캠핑장을 예약해 두고 함께 가자고 하면, 아이들은 처음엔 동의하지만, 출발 당일이 되면 방 안에서 나오지 않거나 반항하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은 저도 지쳐서 혼자 떠났습니다. 아이들과 말다툼 끝에 출발한 길, 처음엔 마음이 무거웠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며 조금씩 기분이 풀리기 시작했고,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온 계곡물소리에 제 마음도 함께 차분해졌습니다.
자연과 계곡물, 조용한 바람 속에서의 이틀은 정말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며칠 뒤, 집으로 돌아와 일상 속 스트레스에 다시 감정이 예민해져 있었을 때, 저는 그 캠핑 영상을 편집하기 시작했어요. 놀랍게도, 편집을 하며 다시 그 평화로움이 살아났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영상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내 감정의 치유를 되살리는 또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구나.
바로 이것이 제가 지금도 콘텐츠를 만들고, 기록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나 자신을 회복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