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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값이냐 기분값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Helen


기온이 슬금슬금 올라가는 요즘,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목이 살짝 마른다. 그럴 때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산책의 마무리 헌정식 같은 느낌이다. 이상하게 그럴 때 마시는 커피는 스타벅스 커피보다 메가커피나 빽다방 커피처럼 양 많고 진한 저가 커피가 입맛에 딱 맞는다.


며칠 전, 남편이 “병원에서 진료받고 나니까 주더라"라며 무료 커피 쿠폰 하나를 툭 건넸다. 매장에서 제조하는 모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쿠폰이었고, 남편이 갔던 동네 병원 바로 근처에 있는 매장이다. 오~ 좋다 좋다!


산책 나갈 때 잽싸게 폰을 크로스백에 넣고, 걷고 돌아오는 길에 그 매장에 들렀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테이크아웃! 기분 좋게 인증샷을 찍어서 남편에게 전송했는데…



"설마 아아 아니지?"
"아아 먹을 거면서 그 쿠폰을 쓰면 어떻게 해!!"



아뿔싸. 10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또 방심했다. 이럴 땐 인증샷이 아니라 침묵이 미덕인 것을.


남편과 나는 매사에 다른데, 그중 하나가 바로 소비 기준이다. 남편에게는 "기회 = 최대 효율 = 최대 가치 뽑기"라는 공식이 자리 잡혀 있다. 본전을 뽑아야 직성이 풀린다. 뷔페에서는 제일 비싼 메뉴를 먹어야 하고 당장 물건이 필요가 없어도 세일을 하면 일단 사고 본다.


나는 정반대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뷔페에 갔더라도 그 시점에 빵이 먹고 싶으면 빵을 먹고, 김밥이 땡기면 김밥을 먹는다. 커피도 마찬가지. 칼로리 폭탄 디저트보다 내게는 언제나 아메리카노가 정답이다.


당신은 어떠신가?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가성비파’?
아니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걸 고르는 ‘감성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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