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새벽에 잠이 깰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낮 동안에는 신경 쓰이지 았던 작은 걱정과 불안이 갑자기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절대 해결이 안 될 것 같고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베개에 머리를 박고 끙끙거리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꽤 오래전부터 이랬다. 병인가 싶어 남들은 어떤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대부분 나와 비슷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니 병은 아닌 것이다. 조금은 위로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괴로움이 덜어진 것은 아니어서 언젠가는 그 이유를 확인해 봐야지 생각하다가 오늘 새벽 드디어 ChatGPT를 불러냈다.
그 결과...
새벽 시간엔 뇌의 인지 기능이 완전히 깨어 있지 않아서,
평소 같으면 무시하거나 합리화할 수 있는 걱정도
더 크게 느껴짐.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낮기 때문임.
새벽엔 멜라토닌 수치는 줄어들고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은 올라가기 시작함.
이 변화가 불안감이나 예민함을 키울 수 있음.
조용하고 외부 자극이 거의 없는 밤 시간에는 억눌렀던 감정이나 불안이 더 또렷하게 떠오르기 쉬움.
낮 동안은 바쁘게 움직이며 무의식적으로 감정들을 밀어내는데, 새벽은 그 가림막이 걷히는 시간임.
얕은 수면이나 자주 깨는 패턴이 있다면, 그 자체가 불안정한 정서 상태와 연결되기도 함.
특히 REM 수면 직후에 깨면 생생한 꿈이나 감정의 찌꺼기들이 현실처럼 느껴질 수 있음.
뇌와 호르몬의 문제라고 한다.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니 일단 다행이다. 이제 새벽에 깼을 때 뭘 하면 다시 잠이 들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숙면을 하는게 제일 좋겠지만 한밤 중에도 밥 달라고 낑낑대거나 스크래처를 벅벅벅 긁어대는 고양이들 때문에 통잠 자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잠이 깬 새벽, 밀려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휴대폰 들고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게 최선인 걸까?
아니면 이번엔 내가 먼저 일어나서 스크래처를 긁으며 고양이 잠을 깨우는 은밀한 복수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