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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Aug 25. 2022

[Development]사내 강사(SME) 동기부여

언제까지 읍소를 해야 할까요?

"사내강사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하면 좋을까요?"


교육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많이 나오는 질문 중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질문이다. 거의 매번 나오는 질문이라 오히려 이 질문이 안나오면 내가 먼저 "사내강사 잘 활용하고 계신가요?"라고 묻기도 한다. 혹시 질문이 나오지 않아 이 이슈를 다루지 않고 강의를 끝마쳤을 때는 뭔가 꼭 빠뜨린 것 같은 찜찜함이 남는 경우도 있다.


"사내강사의 도움 받으려고 많이들 읍소하시지요?" 


답을 하기 전 공감 차원에서 되물으면 여기저기에서 동의의 탄소리 같은 것이 들려온다. 탄식소리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 질문은 질문이라기 보다는 하소연에 가깝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선배. 동료, 후배에게 왠지 갑질을 당하는 느낌. 내 업무보다 그(녀)의 업무가 더 중요하고 내 업무는 시시하게 취급받는 느낌. 그래도 꾹 참고 '강사료'라는 무기를 꺼내들어도 무쓸모에 가깝다는 것에 허탈해지는 바로 그 느낌.


그들의 고민과 하소연에 답하기 전 먼저 이 말부터 한다. "저에게 꽤 괜찮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쓰시기에는 어려운 방법일 것 같아 걱정입니다." 눈을 반짝이면서, 혹은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나를 쳐다보는 수강생들에게 제시하는 나의 솔루션은 다음과 같다.


1. 첫 단추가 짝사랑이어서는 안된다.


꼭 사내강사 이슈가 아니더라도 교육담당자들의 실무적 고민 중 상당수가 "짝사랑"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HRD 업무가 현업의 니즈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HRD 부서 스스로 일을 위한 일을 만들어 놓고는 현업을 어떻게 설득할까, 현업의 협조를 어떻게 얻어낼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쯘 되면 HRD 업무에 있어서 읍소는 숙명이라 할만하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하는데 SME(Subject Matters Expert)로 참여 좀 해 주세요"

"이건 꼭 00 책임님이 강의해 주셔야 하는데... "

"이번에 새로운 교육과정이 개설되는데요 폐강되면 안되잖아요. 신청 좀 해 주세요."


연애를 할 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 수 밖에 없듯이 회사 업무도 니즈와 동기가 더 큰 쪽이 약자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현업의 니즈와 동기를 억지로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고 그 첫 단추가 HRD 부서의 짝사랑이어어서는 안된다. 사내강사(SME)들이 HRD 부서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동기와 니즈에 따른 협업하도록 해야 한다. 현업에서 수행, 역량, 학습 등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들 스스로 HRD 부서를 찾도록 하는 메카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사내강사와 관련된 이슈를 해결하는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메커니즘은 실무자의 단기적인 노력으로는 구축하기 어렵다. HRD 부서의 리더들이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HRD 역량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도 HRD 부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아야 가능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2.  눈치를 보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사내강사(SME)들이 HRD 부서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을 HRD 부서가 도와주는 메카니즘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그 메카니즘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내강사(SME)가 HRD부서와 협업을 할 때 주변의 눈치 볼 필요 없이 떳떳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사내강사(SME)의 직속상사의 Commitment를 확보하는 것이다.


처음 사내강사(SME)를 선정할 때부터 HRD 부서에서 콕 찍을 수도 있겠지만, 관련부서의 리더들에게 어떤 요건(역량)을 갖춘 사내강사(SME)가 필요한지를 문서로서 전달하고 최대한 그 요건에 맞추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는 것이 좋다. 물론 리더에 따라서는 이를 귀찮아하거나 불편함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개인적인 친분이나 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업무를 수면 위로 올려서 공식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선정되었을 때 비로소 사내강사(SME)들도 떳떳할 수 있고,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동기가 생길 수도 있다.


직속상사의 Commitment를 확보하는 또 다른 잇점은 HRD 부서와의 협업을 사내강사(SME) 개인의 일이 아니라 그(녀)가 속한 부서의 공식화적인 업무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리더가 인사고과를 할 때 사내강사(SME)가 HRD 부서와 협업에 대해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비중이라도 해당업무를 사내강사(SME)의 KPI(Key Performance Index)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3. 나에게 HRD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교육담당자가 사내강사(SME)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강사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강사료 지급기준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내강사료는 사외강사료에 비하면 현저히 낮게 책정되어 있다. 사내강사(SME)의 경우 강사료를 받더라도 자리를 비운 시간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고자 강사료를 부서 회식비로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강사료 때문에" HRD 부서와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료라도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강사료는 사내강사(SME)에게 그리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안된다.


사외강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담당자와 친숙해지면 "솔직히 강사료가 다른 곳보다 적다"라는 말을 넌즈시 건네기도 한다. 강사를 섭외하려고 할 때 강사료가 걸림돌이 되어 좋은 강사를 섭외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상황을 자주 접하다 보면 교육담당자들 조차도 "우리 회사 강사료 지급기준에 문제가 많다"라며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사료 지급기준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설령 강사료 지급기준이 상향조정되어 강사료를 많이 준다고 해서 검증된 좋은 강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교육담당자가 강사들에게 줄 수 있는 무기는 과연 강사료 밖에 없는 것일까?


과정개발 프로젝트나 강의를 끝마쳤을 때 강사들로부터 이런 인사를 받은 적이 가끔 있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칠 때 이 방법을 써보고 있어요.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달라지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제 강의 방식을 좀 바꿔보려고요"


함께 협업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했을 때 나눌 수 있는 최고의 감사인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교육담당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충분한 강사료를 통해 전문성과 수고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내강사(SME)의 협업을 이끌어 내는데 있어서 그못지 않게 효과가 좋은 동기는 "저 담당자와 일하면 내가 배우는 것이 있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담당자는 HRD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덧붙여 인작적인 매력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기억하자. 사내강사(SME)들도 나와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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