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의자에 이어 이번에는 나무 의자다.
어린 시절 교실에서 앉아 공부하던 의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요즘도 이런 의자를 쓰는 학교가 있을까?
그리기의 난이도를 떠나서,
이상하게도 철제 의자보다 나무 의자가 더 좋다.
그림의 대상이 마음에 들면 그리는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진다.
이번에도 먼저 연습 삼아 스케치를 해 보았다.
나무의 입체감을 표현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조금 더 단순한 철제 의자를 먼저 그리고
그다음에 나무 의자를 그리도록 한 게 아닐까 싶다.
목재의 평행이 안 맞아서 삐뚤거리고
입체감 표현도 엉망이다.
망쳐 놓고 나서 자세히 보니,
등받이를 지탱하는 두 개의 지지대 중
왼쪽은 짧고 오른쪽은 길게 그려져 있었다.
실제라면 두 지지대의 길이는 같을 텐데 말이다.
문득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에는
마리아의 한쪽 팔이 다른 팔보다 길게 그려져 있다고 한다.
(가제트 형사의 팔처럼!!)
그런데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화가의 의도라고 한다.
관람자가 그림을 볼 때
특정 각도에서 인체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원근법적 장치였다는 것이다.
이 나무 의자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 것일까?
연습을 마치고 다시 두 번째 스케치를 했다.
조금 나아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삐뚤빼뚤하다.
색을 입히니 훨씬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별것 아닌 듯 보였던 못 머리 부분의 디테일이
의외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