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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Aug 21. 2023

배려의 전염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내 오른쪽 옆자리 승객이 내렸다.

그 앞에 서 있던 젊은 여인은 바로 빈자리에 앉지 않고

조금 비껴서 있는 다른 승객에게 몸짓 언어를 보낸다.

'안 앉으시나요?'

그 승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사래를 친다. 

그제야 그 여인은 내 옆 빈자리에 앉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내 옆에 앉아 있던 남자에게 건넨다.


그 남자는 좀 전에 크게 재채기를 했는데

재채기를 하는 순간 콧물을 함께 쏟아 냈었다. 

그의 옷과 가방에 파편이 흥건했다.

손수건도 휴지도 없었던 그 남자는

다른 승객들 보기에 민망했던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그 남자의 옷과 가방에 튄 콧물 때문에

그가 몹시 당황해하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휴지를 줄까 말까 고민했다. 


휴지가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그 남자의 민망스러움과 

본인의 재채기를 숨기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내게 느껴졌기 때문에 

차라리 외면해 주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내 옆자리가 비었고

품위 있고 배려심 있는

그 젊은 여인의 행동을 목격한 것이다.


남자는 조심스레 내가 내민 휴지를 건네받은 뒤

옷과 가방과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그 휴지를 계속 손에 꼭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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