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내 오른쪽 옆자리 승객이 내렸다.
그 앞에 서 있던 젊은 여인은 바로 빈자리에 앉지 않고
조금 비껴서 있는 다른 승객에게 몸짓 언어를 보낸다.
'안 앉으시나요?'
그 승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사래를 친다.
그제야 그 여인은 내 옆 빈자리에 앉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내 옆에 앉아 있던 남자에게 건넨다.
그 남자는 좀 전에 크게 재채기를 했는데
재채기를 하는 순간 콧물을 함께 쏟아 냈었다.
그의 옷과 가방에 파편이 흥건했다.
손수건도 휴지도 없었던 그 남자는
다른 승객들 보기에 민망했던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그 남자의 옷과 가방에 튄 콧물 때문에
그가 몹시 당황해하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휴지를 줄까 말까 고민했다.
휴지가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그 남자의 민망스러움과
본인의 재채기를 숨기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내게 느껴졌기 때문에
차라리 외면해 주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내 옆자리가 비었고
품위 있고 배려심 있는
그 젊은 여인의 행동을 목격한 것이다.
남자는 조심스레 내가 내민 휴지를 건네받은 뒤
옷과 가방과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그 휴지를 계속 손에 꼭 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