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en May 31. 2023

콘텐츠 풍부한 매력 있는 중년되기

장강명 작가의 중앙일보 칼럼이 요즘 화제다.


".... 반면 잡학에도 깊이를 담을 줄 아는 사람이 있다. 내가 끝내 동의하지 않는 주장이지만 경청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주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검토했고, 한 측면을 추상화하여 전혀 다른 범주에 있는 다른 사건과 유연하게 잇는 능력이 있으며, 메타인지도 확실한 사람들이다. 그런 지성과 주관에 경험까지 더해진 사람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소설가로서 나는 그런 이들을 '콘텐츠가 있다'라고 표현한다. 콘텐츠가 있는 사람과 대화하면 재미있다. 대화만으로 뭔가를 배운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지만, 잠깐일지라도 덕분에 어떤 정신의 전망대에 올라 새로운 풍경을 즐기는 시원함을 맛본다."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1306#home)


장강명 작가는 콘텐츠가 있는 중년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를 추천한다. 독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콘텐츠가 풍부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걷기 운동을 하면서 코어근육이 생기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앞뒤가 안맞는 말이라고 한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노년의 삶이 팍팍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독서만으로 콘텐츠 풍부한 매력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의 경우 몇 년 전부터 SNS에 올릴 몇 줄의 글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어찌어찌 brunch 작가가 되었지만 첫 단락 몇 줄만 쓰고 나면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의 서랍 속에는 미완성 글만 몇 개 굴러다닌다. 이건 분명 장강명 작가가 말한 콘텐츠가 부재한 매력 없고 흥미롭지 않은 중년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나는 독서를 안하는 사람인가? 나의 경우 책을 거의 숭배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고 HRD를 업으로 사는 지식노동자이다 보니 그래도 남들보다는 책을 좀 보는 편이라 자부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연간 4.5권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훨씬 많이 읽는다. 그런데 나는 왜 콘텐츠가 빈약한 중년이 된 것일까?


이 주제로 답답해하던 중 하루에 한 개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조카 생각이 났다. 얼마나 컨텐츠가 풍부하고 글 솜씨가 좋으면 하루에 한 개씩 꾸준히 글을 쓸 수가 있을까 궁금해서 조카의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뭔가 가득 차 있는데 전반적으로 매우 가볍다. 나에게는 그다지 흥비롭지 않아 보이는 블로그였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댓글을 달며 주인장과 소통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던 것일까? 아니다. 조카는 아직 30대니까 괜찮은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의 글에서는 향기가 나야 하고 더 깊이가 있어야 한다. 충분히 고민한 결과로 만들어진 콘텐여야 한다. 독서는 그런 콘텐츠를 빚어내는데 필요한 소재와 자극으로 그 소임을 다할 뿐 구슬을 실에 꿰어 연결해서 기꺼이 읽고 싶어지는 콘텐츠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독서 이후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나의 글이 ChatGPT가 쓴 글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추가적인 노력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봐내 생각을 정리해서 을 쓰는 방법만한 것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글을 쓰나 대충 들여다보았다. 어떤 이는 책을 읽고 리뷰글을 열심히 쓴다. 또 다른 이는 자기가 읽은 책의 내용을 열심히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다니면서 자신의 언어로 책의 내용과 시사점을 정리한다(설명당하는 사람은 가끔 괴롭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이들은 다양한 소재(독서의 결과)를 잘 융합한 후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서 콘텐츠에 설득력을 더한다. 번호를 붙여가며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사람도 있고 단락을 구분하여 기승전결로 풀어내는 사람도 있다. 하나같이 글도 잘 쓴다. 참 부럽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남들처럼 멋진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마른 걸레 쥐어짜듯 brunch에 글을 쓰고는 있지만 이 방법이 괜찮은 방법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프리랜서로 살아가면서 주로 집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소재 발굴이 너무나 어렵다. 업다운 없는 삶을 지향하면서 살다 보니 나의 일상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그러니 딱히 글로 쓸 만한 이벤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제 운동을 많이 해서 오늘 근육통이 심한 것, 오늘 비가 오고 내일은 날이 갠다고 하니 밀린 빨래를 해야겠다는 것.. 이런 글은 일기장에나 써야 할 글이다. 누구나 읽고 싶어지는 괜찮은 소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내던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내 상황에 대해 지금보다 100배 정도는 민감성을 높여서 숨겨진 소재를 찾아내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몇 달 전부터 혹시나 어휘력에 도움이 될까 하 독서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단어나 관용구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책을 숭배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밑줄을 그으면서 봐야 할 책은 eBook으로 보는데 밑줄 그은 것을 다시 훑어본 적은 별로 없다. 그냥 그때뿐이다. 그래서 읽은 것은 거의 잊혀져 버린다.  Input을 해도 Ouptput이 그저 그렇다. 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나이 탓인가? 우아하게 나이 들은데 그놈의 나이가 최대 방해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깡통 같은 중년이 되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메모를 한다. 아직까지는 축적의 힘을 믿는다. 그 힘을 믿고 일단 가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악담도 때로는 자극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