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 보니 거리에 임산부가 그렇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물론 그분의 착각입니다. 관심이 생기면 그제야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처음 교육 업무를 맡아 일을 하다 보면 이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교육 업무가 재미있어지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교육할 소재로 보이기도 하고요 나아가 교육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착각하기도 해요. 교육업무 담당자가 아닌 CEO들도 가끔 회사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교육 좀 시켜"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교육은 만병 통치약이 아니랍니다. 아래 이야기를 따라와 보세요.
1. 콜센터의 고객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면?
어떤 회사의 콜센터를 상상해 보세요. 어느 날 사장님이 보고를 받아보니까 콜센터의 고객 만족도가 매달 떨어지고 있는 거예요. 사장님은 안 되겠다 싶어서 교육팀장을 불러서 콜센터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교육을 강화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교육팀에서는 사장님 지시에 따라 콜 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교육을 실시하겠지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렇게 해서 서비스 교육을 했을 때 고객만족도 문제가 해결이 될까요? 해결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교육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지만 교육 이외의 다른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교육을 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데 교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결국 회사의 돈과 임직원들의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지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에 따라 최적의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은 여러 해결방안 중 하나 일 뿐입니다.
다시 콜센터 사례로 돌아와 봅시다. 콜센터의 고객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면 어떤 원인이 있을 수 있을까요? 최근 콜센터에서 퇴사자가 많아서 인원이 부족해졌고 그러다 보니 고객들의 전화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을 수 있어요. 새로 직원을 채용했는데 교육이 제대로 안되어서 일을 미숙하게 처리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업무 매뉴얼이 없어서 직원들마다 업무를 들쑥날쑥 처리했을 수도 있겠지요. 사용하는 업무시스템이 불편하거나 자주 다운되어서 고객 요청사항을 처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 고객 접점에 있는 담당자의 권한이 부족한 것도 원인일 수 있겠지요. 이렇듯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이런 것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들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Six Boxes Model입니다.
2. Six Boxes Model
출처 : https://www.sixboxes.com/
처음 들어보셨나요? 이 모델은 어떤 요소들이 성과의 향상과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도구입니다. 보통 성과가 잘 안 나는 원인(혹은 성과가 잘 나는 원인)이 이 여섯 개의 범주 안에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우선 1번 Box는 Expectations & Feedback인데요, 일을 할 때 내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하는지를 알고 일하는 것과 모르고 일하는 것은 다르겠지요? 또 일을 할 때 잘하면 잘한다, 못하면 못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성과가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콜센터 사례로 본다면 고객만족도의 목표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공유가 되어 있지 않거나(기대) 어떻게 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을 때(피드백) 고객만족도, 즉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2번 Box는 Tools & Resources입니다. 성과를 위해서는 일을 하는데 필요한 도구와 자원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업무에 따라 업무 수행에 필요한 도구와 자원은 모두 다릅니다. 카메라가 필요한 업무도 있고, 자동차가 필요한 업무도 있지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PR 업무를 하시는 분들은 맛집리스트도 중요한 도구이자 자원이라고 하더군요. 기자들과 만날 때 필요하다고 합니다. 콜센터 사례로 본다면 업무 매뉴얼이나 고객대응 시스템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3번 Box는 Consequences & Incentives인데요 공식적인 인정과 보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에 상응하는 공식적인 인정과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성과를 낼 의욕도 필요도 못 느끼겠지요. 또 성과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4번 Box는 Skill & Knowledge입니다.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이 부족한 경우 당연히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콜센터 사례에서 고객만족도가 떨어지는 원인을 분석했을 때 새로 채용된 직원들이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일 수 있다고 했었지요?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교육은 4번 Box에 원인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요즘은 교육 이외에도 코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5번 Box는 Selection & Assignment, 선발과 배치입니다. 콜센터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을 하는데 타고나기를 친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고객응대 업무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발과 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발과 배치가 잘못되어 있으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성과를 향상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해결되기 어렵고요. 선발과 배치가 잘못되면 개인과 조직 모두 불행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빨리 적성에 맞는 직무로 재배치해야겠지요.
마지막 6번 Box는 Motives & Preferences, 업무수행 동기와 열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1번 Box에서 5번 Box까지가 잘 관리되고 있다면 6번 Box는 저절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합니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성과 이슈는 위와 같은 6가지 Box로 그 원인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모델을 알고 있으면 훨씬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요. 꼭 Six Boxes Model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검증된 다양한 모델을 알고 있는 것은 HRD 하시는 분들에게는 큰 자산이 됩니다.
3. Six Boxes Model 번호의 의미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하실 것이 있습니다. Box에 굳이 번호가 붙어 있는 이유는 뭘까요? 이 번호가 그냥 막 붙여진 것은 아니랍니다. 1번에 가까울수록 보다 적은 비용으로 크게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6번에 가까울수록 조직의 비용과 에너지를 많이 투입해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요소라고 해요. 결국 가장 "가성비"가 좋은 요소가 1번이라는 것이지요.
콜센터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콜센터의 고객만족도 저하 원인을 분석해 봤더니 직원들에게 어떻게 일하기를 기대하는지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잘못해도 개선사항을 피드백을 하지 않고 잘해도 칭찬도 없었어요. 다시 말해 문제의 원인이 1번 Box에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고요.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콜센터의 리더들을 불러 모아서 직원들에게 기대사항을 명확히 알려주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라고 안내할 수 있겠지요. 리더들이 이를 잘 실행할 경우 거의 비용을 안 들이고도 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1번 Box에서 저성과의 원인이 발견된다면 만세를 불러야 하겠지요? 실제로 1번 Box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기대사항을 명확히 들으면서 일하고 계시나요? 잘했을 경우 칭찬 들으시나요? 잘못할 경우 기분 나쁘지 않게 피드백 받으시나요? 제 질문에 Yes가 많다면 당신은 행운아예요. 축하드립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모든 문제를 교육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과정개발 방법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너무 찬물을 끼얹는 말 같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해요. 그 사실에 공감이 된다면 교육담당자가 일을 하는 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성과"에 초점을 두고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음에는 HPT(Human Performance Technology)이야기를 살짝 해 볼까 합니다.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