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를 조금 더 살펴 보겠습니다. 앞서 임원 인터뷰상황을 가지고 좋은 질문과 아쉬운 질문에 대해 살펴 보았는데요 교육담당자들이 임원을 인터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보다 더 흔히 접하는 상황은 개발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의 Target Audience 즉 교육 참가 대상자를 인터뷰하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보통 어떤 질문을 하시나요? 강의 중 만난 교육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바로 이 질문입니다.
1. 세 종류의 질문 비교
“어떤 교육을 받고 싶으신가요?”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짧고 명쾌하고 필요한 질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은 하수의 질문, 초보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금 더 나은 질문으로 바꾸어 본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성과 향상을 위해서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목표 달성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가장 부족한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물어보면 답변의 구체성과 명확성이 조금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좋은 질문도 있습니다.
“이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000 과장님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000 과장님이 가진 어떤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수의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좋은 이유는 상상력을 자극해서 인터뷰이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요?"라고 질문했을 때와는 꽤나 다른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질문이 달라지면 답이 달라진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제 경험 하나를 각색해서 소개하겠습니다.
모 회사로부터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습니다. 직접 만나서 대화하기 위해 고객사를 방문해서 담당자와 미팅을 했는데요, 미팅 끝날 때쯤 교육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평소에 만날 때마다 수시로 물어보거든요. 무슨 교육받고 싶냐고..." (눈치채셨나요? 하수의 질문입니다.)
고객이 필요 없다고 하니 일단 인터뷰는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궁금해서 물어보았지요. "무슨 교육을 받고 싶다고 하던가요?" 답변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바리스타 교육받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내 원 참...." 고객사 담당자는 직원들이 철이 없고 생각도 없다고 살짝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혹시나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미리 밝혀둘게요. 그 고객사는 커피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고객사 담당자가 "무슨 교육받고 싶냐?"라고 물어본 것은 잘못된 질문방식입니다. 질문 자체도 하수의 질문이지만 오다가다 얼굴 마주쳤을 때 앞뒤 맥락 없이 물어보는 질문에 진지하게 답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니 그 질문을 받은 직원은 퇴직 후 꽃길을 걷기 위한 희망사항을 담은 답변을 했겠지요. 인터뷰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접근하는 절차나 장소 선정 등 형식도 중요합니다.
이후 고객사 임원분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상무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가장 모범이 되는 직원 한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를 뽑으시겠습니까?" "그분의어떤 점이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임원분은 한 직원의 이름을 거명했고, 그 직원의 평소 행동을 떠올리면서 특징을 찾아 나갔습니다. "그 친구는 일단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데,내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을 잘 찾아 보고를해 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후배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후배들 잘 챙기고 평소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일을 맡기면 완성도가 높습니다..........(주절주절)"
만약 고객사 교육 담당자가 직원에게 고수의 질문을 했다면 과연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싶다고 답했을까요? 답이 이상하게 나왔다면 그것은 인터뷰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인터뷰어가 후진 질문을 한 잘못이지요.
3. 집을 짓는 상황이라면?
저는 노후에 귀촌해서 작은 집을 짓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어떤 집을 지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설계를 해 주는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 것 같더군요. 그럴 때 설계해 주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지요. "방을 몇 개 만들어드릴까요?" "화장실은 몇 개 만들까요?" "몇 층으로 만들까요?" "특별히 어떤 공간 원하시는 게 있나요?" 맞습니다. 하수의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가지고도 튼튼한 집을 지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비전문가인 고객이 주택 설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딱 그 수준에서의 집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계하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라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요? "가족이 몇 명인가요?" "맞벌이신가요?""자녀는 몇 명이고 몇 살인지요?""예전에 살던 집은 어떤 집이었나요?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불편하셨나요?""집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계시나요?" 집을 지어달라는데 왜 이런 질문을 할까 의아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고수의 질문이지요.
하수의 질문은 답이 즉각적이고 단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 3개에 화장실 2개, 지하실이 있으면 좋겠고 복층으로 만들어 주세요"와 같은 답변이 나오겠지요. 바로 설계도에 반영하면 됩니다. 빠르고 쉬운 방법일 수 있겠지요.
고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바로 설계도에 반영할 수 없습니다.인터뷰에 대한 답을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고객의 단순 니즈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집을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시사점을 도출하는 작업에서 보다 전문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시사점을 도출하고 나면 고객에게 "전문가로서의 제안"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입니다.
교육과정 개발도 이와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인터뷰이의 표면적 요구가 아니라 잠재된 욕구를 찾아낼 수 있는 질문을 섞어서 인터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뷰 후에는 이를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과정개발 시 반영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 시사점을 도출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어떤 교육을 받고 싶은가요?"라고만 물어보면 교육 중에 과제가 없어서 편안하거나 다이어리를 공짜로 나눠주는 교육과정 같은 걸 받고 싶다고 할 수도 있거든요.
[참고] 역량이란?
HRD에서는 역량이라는 말을 아주 많이 씁니다. 역량의 정의는 학자들마다 다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역량의 정의는 "평균적인 직무수행자와 우수성과자 사이에 성과차이를 가져오는 내적 특성(McClelland의 정의)"입니다. 즉, 역량은 고성과자가 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어 자체에 To-Be(이상적인 목표 수준)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o-Be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추후 역량 관련된 업무를 할 때 교육 담당자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억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