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반전의 연속이다
향으로 기억되는 장소가 있다. 세비야.
한국의 경주즘 되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 사이 좁은 골목길, 규모로 세계 3대라는 대성당, 카르멘에 나오는 담배공장,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라지만 난 동의할 수 없는 스페인 광장.
세비야의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3월인데 여긴 남유럽인데 너무 춥다. 질 나쁜 택시 기사는 여기도 있군. 근데 내 지갑은 어디에 있지?'
그렇게 숙소 앞에서 멘붕이 왔다. 그런데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다. '어라, 이 기분 좋은 향기는 뭐지?'
도시마다 가로수들이 다르지만 세비야엔 오렌지 나무가 많다. 탁월한 선택이다. 이 향기 하나로 나쁜 기분이 싹 가셨다. 첫인상도 작은 거 하나로 반전될 수 있다.
첫날은 간단하게 동네를 돈다.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구도심은 물론 찬바람 쌩쌩 부는 강변 대로를 지나 스페인 광장까지 간 길은 순례길이었다.
다시 또 반전이다. '세비야 별로다'
춥고 배고프고 별점 높은 식당은 만원이고.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식당에 겨우 자리 잡는다. 따뜻한 안에는 엄두도 못 내고 구도심 좁은 골목길에 놓인 탁자, 지나가는 사람이 바로 옆으로 스쳐 지나간다.
계속 세비야 별로다.
타파스. 작은 안주 정도 음식이다. 이것저것 골라 먹기 적절하고 레시피에 그 식당의 특징도 꽤 담긴다. 굶주린 것에 보상하듯이 이것저것 주문하는데 적다 말고 웨이터 아저씨가 주문을 막는다. 너무 많다고 다 못 먹는다고 그만하라는 거다.
와~ 이런 시크한 배려심이란. 어디에서도 못 봤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 않겠는가. 비록 남기더라도.
난 다시 세비야가 좋아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페인에서 먹어 본 것 중 최고의 하몽을 먹었다.
모든 것이 좋았거나 반대로 나쁘기만 한 여행은 없다. 어떤 여행이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적절히 섞여있다. 나에겐 세비야가 그걸 알려준 곳이다.
그리고 일상에 돌아가서도 기억하라고. 사는 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작은 것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바뀔 수 있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