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을 꿈꾸며
어제저녁 항생제를 마지막으로 수액을 뺐더니 세상 편하다.
이토록 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어제 소독을 하러 들렀던 유방재건과 교수님이 지금 정도면 이번주말에 퇴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신다. 제발 주말에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병원에서는 하는 일 없이 시간이 잘 간다. 입원하고 수술하고 3일 정도는 내리 잠만 잤더랬다.
오늘은 6일째다 다인실이라 불편한 것도 있지만 챙겨주는 어르신들이 있어서 덜 외롭다 밤에 앓는 소리나 수액으로 화장실을 드나들 때 생기는 소음은 입원 시에 받았던 귀마개가 요긴하게 쓰인다.
다들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이라 모자나 두건을 두르고 계시는데 나는 뭐 그에 비하면 너무 멀쩡하다.
하긴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 젊기도 하지, 남과 나를 비교해서 더 낫다고 하는 건 좀 무리가 있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눈에는 젊어서 안쓰런 환자일 것이고, 내가 보는 그들의 모습은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억지로 쉬게 되면서 내가 있던 곳에 빈자리가 생겼다.
집에서는 남편과 아이들이 고생이고 방학이라 집에서 밥 먹는 아이들을 챙기러 오는 친정엄마는 무슨 죄일까? 가게는 비워져 있는데 손님들의 전화에 주차장 사장님이 고생하시고, 다인실에서 노트북을 켜 놓고 전화를 받아내는 나도 괴롭다. 어찌 보면 내 빈자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티가 난다는 말이 내가 있던 자리에도 해당되는 말이니 말이다.
당분간은 내 몸먼저 생각하라고 하나님이 강제로 쉬게 하셨나 싶기도 하다.
집을 비운 지 3일째 되던 날 밤 "자기가 하는 일이 너무 많았네, 내가 더 많이 할게"라는 남편의 카톡이 왔다. 그렇게 내 자리를 기억해 주고 알아주는 남편이 고마워 뭉클했다. 영상통화로 마주하는 아이들도 씩씩하게 잘 있어주어서, 밥 잘 먹고 너무 잘 먹어서 고맙고 또 고맙다. 매일 전화로 괜찮냐 물으시는 시어머니도 출근해서 늘 전화하는 우리 아빠도. 이렇게 혼자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에 소소한 감사함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참 감사한 시간이다. 집에 돌아가면 이 감사함이 얼마나 길어질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최대한 길게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함께 있어주는 엄마 아내 딸 며느리가 되어야지.
삶에는 up and down 이 분명히 존해한다고 믿는다.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도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평균값은 모두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더 잘나 보이는 사람도 슬픈 사연이 있고 세상 불쌍하고 안쓰러운 이도 남부러울 것이 없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또 자라고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되는 게 아닌가 한다.
없어져보니 내가 있던 자리가 보이고
아파보니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위로가 보이고
떠나보니 멋들어지지 않은 내 집이 귀한 곳이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