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얼음이 얇아진 자리

by Helia

숲은 그 모습을 저장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자리 어딘가에서,
아직 보이지 않는 움직임 하나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계절은 분명히 겨울이었다. 눈은 더 이상 쌓이지 않았고, 얼음은 낮마다 얇아졌다. 2월의 중순을 지난 숲은 한겨울의 얼굴을 벗지 못한 채, 그러나 그 방식으로도 더는 숨 쉬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풀리지 않은 것들과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같은 자리에 남아, 서로를 밀어내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다.
낮의 길이는 조금 늘어났지만, 햇빛은 여전히 오래 머물지 않았다. 나무의 그림자는 길었고, 그늘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작은 두꺼비는 그 그림자 속에서 몸의 각도를 바꾸었다. 어제와 같은 자세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시냇물 쪽에서 소리가 났다. 연못과는 다른 결의 물소리였다. 더 얕고, 더 빠르고, 같은 리듬을 오래 유지하지 않는 소리. 물은 얼지 않았지만, 손을 오래 담글 수 있을 만큼 관대하지도 않았다. 작은 두꺼비는 고개를 들었다. 그 소리는 부름도 신호도 아니었다. 다만 이곳이 이미 다른 규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발밑의 돌은 차가웠다. 이끼는 얇았고, 물기는 금세 사라졌다. 작은 두꺼비는 조심스레 그 위에 몸을 올렸다. 미끄러짐과 균형이 동시에 찾아왔다. 잠시 흔들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멈추지 않는다는 건,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뜻과 닮아 있었다.
시냇물 가장자리에 몇 개의 몸이 보였다. 모두가 같은 크기는 아니었고, 같은 색도 아니었다. 그러나 같은 방향으로 앉아 있었다. 물을 바라보지도, 숲을 등지지도 않은 채. 각자의 호흡이 낮은 소리로 흘러나왔다. 소리는 크지 않았고, 하나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먼저 울린 소리가 있었다.
짧고, 낮고, 오래 머물지 않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다른 소리들이 조금씩 닿았다. 늦게, 더 얕게, 다른 높이로. 겹침은 맞추려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같은 공간에 머문 결과처럼 자연스러웠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소리는 하나였고, 울리는 곳은 여러 곳이었다.
시냇물은 그 소리를 막지 않았다. 대신 돌 사이로 흘려보냈다. 튀지 않고, 잠기지도 않는 위치. 소리는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물며 숲 안으로 퍼졌다. 나뭇잎 아래로, 얼어붙지 않은 흙 위로, 겨울의 낮이 허락한 거리만큼.
두꺼비는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다가가지 않았다. 이 자리는 이제 그가 서야 할 위치가 아니었다. 보호는 이미 끝났고, 관찰조차 오래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 물러섬은 포기가 아니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까웠다.
작은 두꺼비는 시냇물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돌 위에 앉아 숨을 골랐다. 숨은 짧았지만 고르게 이어졌다. 몸은 더 이상 물속의 것만은 아니었고, 완전히 땅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의 숨이 낮게 흘러나왔고, 이미 울리고 있던 소리 위에 겹쳐졌다.
겹쳐진 소리는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길게 이어지지도, 크게 번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동안, 소리는 갈라지지 않았다. 나뉘지 않은 채 같은 결을 유지했다. 그 시간은 충분했다. 이 숲에서 충분함은 늘 잠시였고, 잠시는 기억으로 남기기에 충분했다.
빛이 한 번 더 내려왔다. 낮은 정점에 가까웠다. 겨울의 빛은 따뜻하기보다 선명했고, 선명함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 빛 아래에서 다섯 개의 몸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서로 닿지는 않았지만,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가까움과 거리 사이의 얇은 틈. 그 틈이 이 시기의 전부처럼 보였다.
소리는 다시 흩어졌다. 누가 먼저 멈췄는지는 알 수 없었다. 먼저 시작한 소리도, 마지막으로 남은 소리도 없었다. 다만 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시냇물은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숲은 그 변화에 반응하지 않았다. 겨울의 숲은 늘 그렇듯, 설명을 남기지 않았다.
두꺼비는 등을 돌렸다. 시냇물의 소리는 여전히 들렸지만, 이제는 배경이 되었다. 그 소리가 멀어질수록 그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맡은 역할이 끝났다는 감각은 늘 이렇게 온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축하도 없이.
숲의 다른 가장자리에서 또 다른 기척이 일었다. 아직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다른 속도의 움직임이 지나갔다. 같은 낮, 다른 시간. 두꺼비는 그 기척을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이 숲에서는 모든 확인이 늦다.
시냇물 옆에서는 다시 소리가 겹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각자의 호흡은 금세 흩어졌고, 몸들도 조금씩 방향을 바꾸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같은 곳을 향하고 있지는 않았다. 겨울의 낮은 오래 붙잡아 두지 않는다.
작은 두꺼비는 돌에서 내려왔다. 발이 닿는 위치는 아까와 달랐다. 물과의 거리는 조금 더 멀어졌고, 숲과의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이유가 없다는 듯, 시선은 이미 다른 방향에 놓여 있었다.
숲은 그 장면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장자리에서,
다음 움직임이
소리보다 먼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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