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다시 소리를 배우는 밤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장자리에서,
다음 움직임이
소리보다 먼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그 자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숲은 여전히 겨울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공기는 차가웠다. 밤이 되면 기온은 다시 내려갔고, 물은 가장자리부터 얇게 굳었다. 그러나 땅속에서는 다른 계산이 이어지고 있었다. 얼음 아래에서 흙은 아주 느리게 풀렸고, 풀리는 만큼 공기는 조금씩 길을 얻었다. 두꺼비는 그 미세한 변화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낮과 밤의 경계는 여전히 분명했지만, 밤은 예전처럼 길지 않았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에 숲 어딘가에서 짧은 기척이 스쳤다. 울음이라 부르기엔 이르고, 침묵이라 하기엔 분명한 흔들림. 두꺼비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이 시기의 숲에서는 확인보다 통과가 더 중요했다.
작은 두꺼비는 숲의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와 있었다. 시냇물에서 멀어졌고, 연못은 이미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발밑의 흙은 낮보다 단단했지만, 완전히 굳어 있지는 않았다. 그는 그 위에 몸을 낮추고 잠시 멈췄다. 숨은 얕았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몸이 알아서 선택한 속도였다.
숲의 냄새는 겨울의 것이었지만, 끝에 아주 희미한 다른 결이 섞여 있었다.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냄새. 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코끝에서는 분명히 다른 계절의 흔적이 스쳤다. 작은 두꺼비는 그 냄새를 오래 붙잡지 않았다. 붙잡을수록, 이 숲에서는 움직임이 늦어진다.
나무 아래에는 낙엽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아래에서 아주 작은 틈이 생겨나고 있었다. 틈은 곧바로 벌어지지 않았고, 눌린 채로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버틴다는 것은 이미 밀리고 있다는 뜻과 닮아 있었다. 두꺼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겨울은 늘 이렇게 끝난다. 무너지지 않고, 대신 비켜난다.
그날 밤, 숲은 어제보다 덜 비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비어 있던 자리들이
하나둘
기척을 되찾고 있었다.
낙엽 아래에서 두꺼비의 움직임이 아닌 떨림이 지나갔다. 흙 속에서 미세한 마찰이 일었고, 이끼 아래에서는 아주 짧은소리가 스쳤다. 소리는 오래 머물지 않았고, 방향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어제까지는 없던 움직임이었다.
작은 두꺼비는 몸을 말아 낙엽 사이에 숨었다. 숨는다는 행위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은 드러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몸에서 먼저 내려진 결과였다. 그는 움직이지 않은 채로, 숲이 다시 소리를 배우는 과정을 느꼈다.
멀리서 낮은 마찰음이 났다. 발소리라기에는 가볍고, 바람이라기에는 규칙적인 소리. 어디선가 몸 하나가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흙이 살짝 밀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소리는 서로 부르지 않았고, 겹치지도 않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밤을 통과하고 있었다.
두꺼비는 그 동시성을 느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는 아니었다. 다만 이 숲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숨이었다. 깨어남은 늘 이렇게 온다. 누구도 선언하지 않고, 모두가 제때 일어난다.
밤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바람은 세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으면 견딜 수 있는 온도. 작은 두꺼비는 그 조건을 정확히 활용했다. 몸의 열을 아끼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였다. 그는 아직 모든 것을 알지 못했지만, 살아남는 법은 이미 몸에 남아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지자 공기는 다시 한번 바뀌었다. 가장 차가운 시간. 그러나 그 차가움은 오래 머물지 않을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작은 두꺼비는 낙엽 사이에서 몸을 조금 풀었다. 완전히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자세는 달라졌다. 밤을 넘길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빛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숲은 이미 아침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 기울어짐 속에서 또 다른 기척들이 조용히 자리를 바꾸었다. 어제까지 잠들어 있던 자리들에서, 아주 작은 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채, 그러나 같은 방향으로.
낙엽 아래에서 미세한 갈라짐이 일어났다. 흙이 아주 조금 벌어졌고, 그 틈으로 연한 색이 잠시 스쳤다. 아직 싹이라 부르기에는 이른 흔적. 그러나 분명히 겨울의 것이 아닌 움직임이었다. 두꺼비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이 숲에서는, 처음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다음이 늦어진다.
작은 두꺼비는 몸을 일으켰다. 숲의 안쪽을 향해 한 발 내디뎠다. 소리는 없었고, 흔적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분명했다. 멈추지 않았고,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뒤쪽에서도,
앞쪽에서도,
이름 붙일 수 없는 기척들이
각자의 속도로
밤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숲은 그 발자국들을 지우지 않았다.
아직은,
서로를 가릴 만큼
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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