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울음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영화를 언제 봤더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학창 시절이었고, 혼자 울면서 봤다는 건 분명하다. 극장이었는지, TV였는지, 비디오였는지도 흐릿한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는 사실만은 또렷하다. 누가 옆에 있었다면 들키고 싶지 않았을 만큼, 조용히 숨을 죽이며 봤던 기억. 그렇게 울고 난 뒤,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던 영화. 아이 엠 샘은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다. 부모도 아니었고, 사회의 기준이란 게 얼마나 무섭게 작동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럼에도 이 영화 앞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이해보다 감정이 앞섰다. 샘이 딸의 손을 꼭 잡고 걷는 장면에서, 루시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설명할 수 없는 울음이 올라왔다. 아마 그때 우리는 다들 비슷했을 것이다.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못한 채, 다만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만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샘은 사회가 정해둔 기준에서 보면 부족한 사람이다. 말은 느리고, 계산은 서툴며, 상황 판단도 빠르지 않다. 그러나 딸을 향한 마음만큼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아이를 ‘잘’ 키우려 애쓰기보다, 아이와 함께 하루를 산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해준다. 그 반복은 무능이 아니라 확신처럼 보인다. 나는 네 편이라는 확신. 그 단순한 확신이 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샘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었다. 법정에서, 학교에서, 제도 안에서 그는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자신이 아버지로서 충분한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있는지. 사랑은 이미 충분한데, 그 사랑은 계속해서 평가받는다. 그 장면들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모가 된다는 건 능력의 문제인가, 관계의 문제인가. 안정적인 환경과 높은 지능이 없으면, 사랑은 무효가 되는가.
루시는 어린 나이에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세상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친구들 앞에서 아버지를 설명해야 하고, 어른들의 대화를 대신 감당해야 한다. 영화는 이 아이를 천사처럼 그리지 않는다. 루시는 흔들리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사랑은 늘 아름답지만, 그 사랑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벅차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숨기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사실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그 눈물은 영화 속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은 착한 사람에게 생각보다 가혹하다는 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쉽게 배제된다는 걸. 말이 느리고, 판단이 더디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보호받기보다 관리의 대상이 된다는 걸. 샘을 보며 흘린 눈물은, 그런 세계를 처음으로 또렷하게 마주한 순간의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감동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이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래서 보고 나서 바로 울기보다, 시간이 지난 뒤 문득 생각나서 마음이 저려온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고, 그날의 나까지 함께 불러오는 영화. 그게 이 작품의 방식이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이 영화는 부모 자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늘 사랑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더 잘할 수 있는지, 더 안정적인지, 더 적합한지. 하지만 사랑은 원래 불완전하고, 서툴며, 때로는 반복적이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게 사랑이다. 샘의 사랑은 효율적이지 않지만, 지속적이다. 그 지속성이 이 영화를 끝까지 버티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시 보기가 쉽지 않다. 이미 한 번 마음에 남겨버린 여운은, 다시 꺼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언제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만 분명한 영화. 그때 흘린 눈물은 영화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착한 사람에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이 영화를 선뜻 다시 재생하지 못한다. 그때의 울음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아서다. 아마 이 영화를 울지 않고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아이 엠 샘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