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다려온 위로는 나였다
그날은 유난히 바람이 잔잔했다.
수리소 창문을 타고 들어온 바람은 따뜻했고,
풍경시계도 평소보다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아이의 손엔 더 이상 깨진 별이 없었다.
지난밤,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 이후로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별은 여전히 아이 곁에 있었지만,
이제 그것이 마음의 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품고 있어도 괜찮은 나의 일부가 된 듯했다.
아이의 걸음은 가벼웠고,
수리소 마당에 앉아 있는 고양이에게도
오늘은 굳이 말을 걸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고양이는 다 알고 있으니까.
오랜만에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누구의 말도 없고, 기대할 어깨도 없고,
아무런 위로도 건네지 않는 고요함.
그 안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났고.
그 누구도 몰랐던 날들 속에서,
나는 끝끝내 살아남았어.
입 밖으로 말이 나오자,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다.
그동안 참았던 숨,
누르던 감정들이
서서히 올라왔다.
아이의 두 팔이 천천히 움직였다.
누구에게도 주지 못했던 그 동작으로
스스로를 감싸 안았다.
처음엔 어색했고,
마치 연극 같은 몸짓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 품이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물이 흘렀다.
이번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위로받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위해,
그동안의 나를 위해,
한없이 서툴고 조용한
안부 같은 눈물이었다.
아이의 머릿속엔 오래전 자신이 외면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땐 내가 싫었어. 자꾸 울고, 겁 많고, 작아지기만 했던 나.”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런 나였으니까, 이렇게까지 버텨온 거야.”
마당 끝에 고양이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이의 눈물 소리를 듣고 다가오진 않았지만,
멀리서 지켜봐 주는 시선이 있었다.
햇살이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아이의 그림자가 땅에 포근하게 눕고,
그 위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포개졌다.
아이의 눈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용한 구름이 흐르고,
새 한 마리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무언가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 다시 시작된다는 기분이 더 가까웠다.
바람이 불었다.
아이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야 조금, 괜찮아졌어.”
누군가 대신 말해주길 기다리던 위로를
마침내, 자신이 직접 건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