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고양이에게 마음을 맡겼다.

말없이 곁에

by Helia

수리소 마당 한편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회색빛 몸통에 끝이 살짝 말린 꼬리,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주 커다란 눈망울이었다.
언제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그 눈은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아이와 어른은 그 고양이를 ‘고양이’라고만 불렀다.
그 누구도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존재였다.

아이가 처음 고양이를 마주한 날은,
비가 조용히 내리던 오후였다.
수리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고양이와 마주쳤고,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고양이는 도망가지도 않았고,
아이는 괜히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데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아이는 수리소를 오가며 자주 고양이를 만났다.
처음에는 멀찍이 눈인사만 하다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는 고양이 옆에 나란히 앉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날도 아이는 수리소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수리를 마친 작은 별 하나가 들려 있었고,
고양이는 아이의 발끝에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는 한참을 말없이 별을 바라보다가
고양이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오늘은 아무도 내 얘길 들어주지 않았어.”

고양이는 커다란 눈으로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동자 속엔 ‘왜?’도 ‘무슨 일이야?’도 없었다.
그저 ‘괜찮아, 말해도 돼’라는 듯한 투명한 온기만이 담겨 있었다.

“웃긴 건, 나도 말 안 했다는 거야.”
아이의 목소리는 작고 흔들렸다.
“말 안 해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기대인지도 알고 있어서.”

고양이는 천천히 아이의 무릎 위로 앞발을 올렸다.
가볍고 따뜻한 무게.
그 작고 진심 어린 터치에 아이는 미세하게 떨렸다.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돼.
그냥 너처럼… 옆에만 있어줘.”

아이는 별을 고양이 쪽으로 살짝 내밀었다.
고양이는 코끝을 별에 살짝 갖다 댄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이도 눈을 감았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선 울지 않아도 괜찮았다.

고양이는 가끔 사람이 듣지 못한 마음을 먼저 알아챈다.
그날의 고양이도 그랬다.
아이가 하고 싶었던 말, 하지 못한 말,
그리고 하고 싶지 않았던 말까지도
그 커다란 눈 안에 조용히 담아두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는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고양이는 여전히 벤치 아래에 앉아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고양이의 눈을 비추고 있었고,
그 눈은 마치 ‘다녀와’라고 말하는 듯,
말없이 깊고 따뜻했다.

그날 밤, 아이는 별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몸은 혼자였지만, 마음은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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