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나는, 조용히 말을 걸었다.

다시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

by Helia

마당에 햇빛이 오래 머무는 계절이었다.
수리소 앞 벤치는 따뜻했고,
고양이는 느긋하게 앞발을 햇살에 내밀고 있었다.

아이도 그 곁에 앉아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그 자리는 고요함을 숨는 장소였지만
이제는 고요 속에서 생각을 꺼내는 장소가 되었다.

아이는 무릎에 별을 올려두고 손바닥으로 살살 굴렸다.
별의 빛은 은은했고, 가끔씩 따뜻하게 반짝였다.
그 빛은 이제 더 이상 부서지지 않았다.

멀리 골목 끝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 하나가 작은 노란 가방을 메고
수리소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는 무심코 고개를 숙였다.
예전의 버릇처럼, 눈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가방이 또각또각 벽돌길을 밟고 가까워질수록
아이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다시 들었다.

그 아이도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엔 놀라움도, 경계도 없었고
그저, 같은 크기의 고요함이 있었다.

아이는 손에 쥔 별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주 작고 느린 목소리로,
혼자서 오래 연습해 온 말 한마디를 꺼냈다.

“안녕.”

그 아이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조금 뒤, 웃으며 대답했다.

“응, 안녕.”

그 말은 아주 짧았지만
수리소 벤치까지 도달한 작은 햇빛처럼
따뜻하게 마음에 스며들었다.

고양이는 벤치 아래에서 하품을 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아이의 다리에 머리를 슬쩍 비볐다.
괜찮다고, 잘했어—
그런 눈빛이었다.

아이는 별을 다시 무릎 위에 놓았다.
햇빛 속에서 반짝이는 그 빛은
이제 나를 위한 빛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빛이 되었다.

오래 걸렸다.
무너졌던 마음을 고치고,
다시 사람을 마주할 준비가 되기까지.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지금 이 짧은 한마디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아이의 마음은 조금 울컥했고,
그만큼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아이는 속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괜찮아.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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