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이제는 내가, 나를 데리고 간다

조용한 작별, 단단한 시작

by Helia

아침이었다.
익숙했던 수리소의 풍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풍경시계는 한 템포 느리게 울렸고,
창밖으론 바람이 고양이의 수염을 흔들었다.

아이의 가방은 아주 가벼웠다.
별 하나, 오래된 손수건,
그리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 몇 개.
모두 정리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걸 안고 가기로 했다.

아이의 손끝이 문고리를 잡았다.
낡았지만 매끄럽게 닳은 그 손잡이는
수없이 많은 손들이 지나간 흔적을 품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제 자기 것이 된 느낌이었다.

수리소의 어른이 말없이 문 앞에 섰다.
인사도, 격려도 없었다.
그저 짧은 눈인사와 아주 작게 끄덕인 고개.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는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지금 이 눈빛 하나에 담겨 있다는 걸.

고양이는 조용히 다가와 아이의 발등에 이마를 비볐다.
그러곤 벤치 아래로 돌아가
다시 햇살을 베개 삼아 누웠다.
헤어짐의 인사란,
꼭 손을 흔드는 게 아니라는 걸 고양이는 잘 알고 있었다.

“다녀올게요.”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안녕히 계세요’가 아니었다.
어쩌면 돌아올 수도 있고,
혹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그 말이 가장 어울리는 작별 인사였다.

골목 끝까지 걸어 나간 아이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보는 대신,
가슴 안쪽에 수리소의 시간을 고이 접어 넣었다.

이제는 누가 대신 나를 데리고 가주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내가,
내가 직접 나를 데리고 가는 중이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길 위에 발을 올린 지금,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용감했다.

햇살이 등을 밀었다.
마음이 그 곁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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