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언어로 사랑한 사람들
사랑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그도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온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전혀 다르게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이현은 자주 침묵했다.
그의 사랑은 말보다 눈빛에,
몸짓보다 한숨에 담겨 있었다.
그는 표현하지 않았고, 다온은 기다리지 못했다.
다온은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 했고,
그는 자꾸만 감추고 싶어 했다.
“너는 왜 그렇게 말이 없어?”
“말을 한다고 다 전해지는 건 아니잖아.”
그의 대답은 언제나 담담했고,
다온은 그 말이 더 서운했다.
모든 것을 감정으로 느끼는 사람과,
감정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사람.
사랑의 온도가 같을 수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맞추는 대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멀어지고 있었다.
이현은 다온의 불안이 버거웠고,
다온은 이현의 조용함이 불안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다온을
이현은 이해하지 못했고,
침묵 속에서 뭔가를 참아내는 이현을
다온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점점 등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이현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방식대로, 조용히, 무던히.
하지만 그 방식은 다온에게 닿지 않았다.
닿을 수 없었다.
사랑은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언어가 달랐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고,
결국 그 틈이 이별이 되었다.
다온은 창가에 앉아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린 사랑했지만, 달랐어.”
사랑만으로는 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그때는 너무 늦게 알았다.
이제는 안다.
사랑이 다 같은 모양이 아니라는 걸.
누군가는 표현으로,
누군가는 침묵으로 사랑을 전한다는 걸.
그리고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은 결국 무너진다는 것도.
그의 마지막 뒷모습은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그가 돌아온다 해도,
우리는 아마 다시 어긋날 것이다.
그건 미련이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된 이별이었기 때문이다.
다온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사랑도 그랬다.
달콤했지만, 끝엔 늘 씁쓸함이 남았다.
그리고 문득, 그녀는 선우를 떠올렸다.
조용히, 너무나 조용히 옆에 서 있던 사람.
그는 이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말없이 다온을 바라봐주었다.
하지만 다온은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또다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감정을 꺼내어 보여줄 만큼
마음이 다 아물진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다온은 스스로에게 말한다.
“다음엔, 같은 방향을 보고 사랑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