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얼굴들, 지워진 진실
"그 방 안엔, 얼굴이 두 개였다."
아진은 노트북 화면 속 감시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회색조로 어둡게 흔들리는 영상 속, 한 여성이 방에 들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젊고 고운 얼굴. 단정하게 묶은 머리. 입을 다문 채 거울 앞에 선 그녀는,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몇 분 후, 카메라는 자동으로 꺼졌다. 다시 켜졌을 땐—그녀의 얼굴이 아니었다.
"두 시간. 단, 두 시간이면 되는 거야."
민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영상에는 변해버린 얼굴의 여성이 동일한 옷을 입은 채 방을 나서고 있었다. 그 노인의 얼굴엔 주름이 깊고 눈동자는 흐리멍덩했다. 마치 방금 세상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이건, 성형이 아니야."
아진은 입술을 깨물며 화면을 멈췄다. "이건… 존재 자체를 갈아 끼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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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를 풀었어요."
민호가 조심스레 말하며 또 다른 폴더를 열었다. 이름은 ‘Room B-2: 감시기록’.
화면엔 밤 시간대, 병원의 지하 공간이 반복적으로 촬영된 영상들이 담겨 있었다. 그중 가장 기이했던 장면은 ‘리셋 룸’이라는 이름의 작은 방. 희뿌연 형광등 아래 놓인 의자 하나, 거울 하나, 바닥 중앙의 원형 금속 장치.
환자들이 그 방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카메라는 꺼졌다. 다시 화면이 돌아올 땐, 전혀 다른 얼굴이 나온다. 몸은 동일하지만, 얼굴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이 낯설어진 사람들의 표정, 봤어요? 공포가 아니라… 이건, 자아의 사망선고야."
아진은 몸을 떨었다. 화면 속 여자—의뢰인—Subject_019로 불리던 그 사람은, 리셋 룸에 들어가기 전엔 분명 눈빛이 또렷했다. 나오고 나선… 사람 같지 않았다.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 누군가 부여한 가면을 쓰고 있는 듯.
"기억까지 지운 거야. 그들의 자아를, 그 방에 묻은 거라고."
민호는 숨을 들이켰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신분 세탁? 장기 밀매? 실험 대상?"
아진은 노트북을 천천히 덮었다. "복제야."
민호가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복제하는 게 아니야. 사람 자체를, 존재를 바꾸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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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탐정사무소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아진은 감시기록 속 인물들과 과거 병원 직원들의 명단을 대조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하나둘 드러났다.
"이 간호사, 모델 촬영장에서도 봤어요. 이름도 같아. 근데... 그땐 분명 카메라 어시스턴트였어."
민호가 검색한 자료엔 그녀의 과거 직업이 명시돼 있었다. 조명기사, 모델 어시, 무대 디자이너.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누군가에게 ‘지워졌던’ 사람들이다.
"이 병원, 사람을 흡수하는 블랙홀 같아. 누가 여기에 들어오면, 원래의 이름과 얼굴을 잃고 새로운 인격으로 재조립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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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재조립된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 지금 우리가 만나는 누군가도… 원래의 자신이 아닐 수도 있는 거네요."
민호의 말에 아진은 아무 말 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던 그녀가 불쑥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이 사건 이후였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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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하나가 다시 깜빡였다. ‘Dossier: Candidate_021’. 클릭하자 화면엔 정면을 응시하는 여성의 얼굴과 함께 데이터 시트가 떴다. 직업: 사진작가. 상태: 잠재적 대상. 후보 등재일: 2022.11.09.
이름: 류아진.
"…이건, 내 이름이야."
아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호가 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진 씨… 이건… 계획된 일이었어요. 당신이 여기에 끌려온 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아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웠다. 숨이 막힐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병원이 나를 복제하려 했다는 거야?"
파일을 넘긴 민호가 마지막 폴더를 열었다. ‘Phase III: 복제 시도 예정’. 다음 대상자 목록이 열렸다. 이름 옆에는 붉은 글씨로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직도 진행 중이야. 이 짓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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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아진은 거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눈빛 하나, 주름 하나까지—모두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조작당하고 있다는 느낌.
‘내가 진짜 나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방 안에서, 그녀는 혼잣말을 흘렸다.
"이제, 이 사건은 돌아갈 수 없어."
감시의 방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곳은 인간의 얼굴과 기억을, 하나씩 분해해 재조립하는—지옥의 전실이었다.
그리고 다음 복제 대상은, 그녀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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