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닿는 속도는 빛보다 빠르다
모텔 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철컥—
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쏟아져 들어온 남자들. 방 안의 공기는 무겁게 끓어올랐다. 민호가 손에 쥔 노트북은 바닥에 흩어진 채로 여전히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액정 한가운데, 선명한 문구가 박혀 있었다.
[LIVE 송출 중]
“거! 당장 꺼버려!!”
류성민의 고함이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순간 그의 얼굴에는 그간 유지해 온 모든 여유가 지워져 있었다. 주먹은 떨리고, 동공은 흔들렸다. 심장을 조이는 공포. 그 눈앞에서, 거짓과 폭력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었다.
경비원 둘이 민호를 붙잡았고, 그 순간 아진은 스탠드 조명을 거머쥐고 날아들었다.
“이건—— 지워버린 사람들의 분노야!”
스탠드는 류성민의 어깨를 강타했고, 그는 괴성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셔츠는 찢겼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아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들의 분노는 이미 오래전, 기억 속에서 불타고 있었으니까.
“죽을 각오로 이 짓을 한 거겠지. 하지만—”
류성민은 이를 악물며 노트북으로 다가갔다.
“방송 따위, 곧 끊긴다. 잿더미밖에 남지 않을 거야!”
그의 지시를 받은 경호원이 노트북을 낚아채 바닥에 집어던졌다.
‘쨍그랑!’
산산조각 난 액정 사이로 화면이 꺼지듯 번졌다.
“끝났어.”
류성민이, 다시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잠깐의 소음일 뿐. 새벽엔 아무도 안 보거든.”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 ‘소음’이 이미 전국을 휘감고 있다는 사실을.
---
같은 시각, 방송국 메인 컨트롤룸.
새벽을 넘긴 시간, 직원들은 모두 휴게실로 향했어야 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텅 빈 부조정실 앞에서 소리쳤다.
“어…어어!? 이거 뭐야!! 이게 나가고 있어??”
모니터 화면엔 낯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하얀 병실, 이름표가 사라진 침대.
전자 태그를 단 팔찌.
익숙한 얼굴인데, 낯선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Project: 오버로드]
그리고, 그 실험을 주도한 정치인의 명단.
맨 상단엔 ‘류성민’이라는 이름이 도드라졌다.
“이건 조작이야! 누가 이걸—”
“아니, 이거… 해킹된 거 아니야… 서버 로그가 안 찍혀!”
기술팀은 마비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부보다 더 내부 같은 손길로 이 송출을 도왔다. 그 이름은, JD.
민호조차 단 한 번밖에 접속하지 못했던 미지의 해커. 진실을 원했던 또 다른 손.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
“엄마, 이 사람 좀 봐…”
“헐… 이거 실화야?”
“방금 뉴스 봤어? 새벽인데 생방이었어. 다 까발려졌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 ‘류성민’
2위— ‘생체 전이 실험’
3위— ‘이소진’
4위— ‘Project: 오버로드’
그 이름들이, 그 진실들이— 잠 못 드는 도시를 덮쳤다.
심야 라디오를 켜뒀던 택시기사, 퇴근을 마친 간호사, 아이를 재우고 겨우 숨을 돌린 엄마.
그들 모두가, 진실의 잔해에 충격을 받았다.
“이게 다… 사실이라면… 난 누구지?”
“그 할머니… 김영자. 그 목소리,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침묵했고, 누군가는 소리쳤다.
분노는 새벽을 삼키는 파도가 되었다.
---
모텔 안.
경비원에게 눌린 채 바닥에 앉은 민호는 부서진 노트북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입가엔 기묘한 미소가 번졌다.
“방송은 끊겼겠지만…”
그는 숨을 골랐다.
“데이터는… 백업해 뒀어. 모든 채널로 퍼지게 되어 있어.”
류성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그럴 리 없어. 그런 장치, 내가 모를 리가…”
“그럼, 더 두려운 일은 뭘까요.”
아진이 말했다.
“이 진실이 당신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계속 번진다는 거죠.”
그녀는 입술이 터졌고, 손에는 USB의 금속 표면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절대 놓지 않았다.
밖에서는 이미, 사이렌 소리가 몰려오고 있었다.
수많은 뉴스 차량, 취재진, 그리고 경찰들.
경비원들은 무전을 받더니 움직임을 멈췄고, 류성민은 드디어—
모든 게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
“이 개자식들… 날 여기서 끝낼 줄 알았어?”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순간, 민호가 외쳤다.
“조심해!!”
류성민은 무언가를 누르려했지만,
찰나의 순간, 누군가의 손이 그를 덮쳤다.
그것은 민호였다.
목숨을 건 돌진. 그 뒤로, 전경들의 신속한 제압.
무전기 너머로, 누군가가 말했다.
“용의자 제압 완료. 2차 폭발 가능성 무.”
---
새벽 5시 12분.
도시의 동쪽에서 해가 떠올랐다.
그 붉은빛은 유난히 짙었다. 마치 피처럼, 누군가의 죄를 증명하듯이.
모텔 밖, 아진과 민호는 뒤에서 포승줄에 묶인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눈으로만.
‘우리가 해냈어.’
그 말이 그들의 눈빛 사이를 오갔다.
그 순간, 민호의 셔츠 안쪽에서 울리기 시작한 무전기.
딱 한 문장이 들려왔다.
“잘했어. 이제… JD는 사라진다.”
---
카메라는 붉게 물든 도심의 하늘을 훑는다.
거대한 전광판에 아직 영상의 한 장면이 흐르고 있고, 시민들은 걸음을 멈춘다.
진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퍼지고 있다.
누군가가 조작한 이름이, 삶을 송두리째 훔쳐간 실험이,
그리고— 그 어둠을 뚫고 나선 작은 빛들이.
그 빛이,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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