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로서 매일 연재하기란

“하루치의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쓴다

by Helia

하루의 시작을 커피로 여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오늘은 뭘 써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문을 연다.
하얀 화면 앞에 앉아 ‘쓰기’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표 하나가 찍힐 때까지, 나의 오늘은 시작되지 않는다.
브런치 작가로서 매일 연재한다는 건, 그런 하루하루의 축적이다.
물 흐르듯 지나가는 시간에 스스로 선을 긋는 일.
흔들리는 마음을 한 줄씩 눌러 담는 일.
누가 읽어줄지 모르는 고요한 외침을,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하게 외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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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땐 매일 쓴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쏟아낼 문장이 줄을 섰다.
밤을 새워 쓴 글도, 감정의 덩어리를 그대로 붙여 넣은 것 같은 문장도 있었다.
‘이건 내 이야기야.’
그 확신 하나로 충분했다.
글을 올릴 때마다 조회수와 공감 수가 늘었고, 익명의 독자들이 댓글을 남겨주었으며, 글쓰기의 리듬은 나를 붙들어주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였다.
매일 쓰는 일이 익숙해지는 대신, 매일 새로워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독자가 원하는 문장, 클릭을 부르는 제목, 감정을 흔드는 장면.
브런치가 보여주는 통계 그래프와 조회수 곡선은 그저 숫자에 불과한데도
나는 자꾸만 그 숫자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했다.


매일 연재를 한다는 건 단순히 ‘매일 쓴다’는 말과는 다르다.
그건 매일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고,
매일 감정을 재가공하는 일이고,
매일 과거를 다시 꺼내오는 일이다.

때로는 감정이 마르기도 한다.
어떤 날은 글이 아니라 ‘침묵’이 쓰고 싶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싶은 날, 그냥 멍하니 창밖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은 날,
그런 날도 있다.

하지만 브런치의 연재탭은 말한다.
“오늘도 발행하시겠어요?”

그 순간, 나는 다시 타자기를 두드리는 사람처럼 자판을 두드린다.
‘나는 왜 쓰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또 쓴다.

매일 연재를 한다는 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매일 새로 맺는 일이다.
하루쯤은 쉬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그 하루가 이틀이 되고, 그 이틀이 일주일이 되면,
글쓰기는 내 삶에서 멀어지고 만다.

그래서 매일 쓴다.
심장이 뛰듯,
숨을 쉬듯,
글을 쓴다.

브런치의 글쓰기 창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때론 수행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언가를 증명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스스로에게 되새기기 위한 의식에 가깝다.
매일 쓰는 일은 나를 지키는 일이고,
내가 나를 잃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누군가는 매일 연재가 독이 된다고 말한다.
진이 빠지고, 강박이 생기고, 자기감정을 소비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일 쓴다는 건, 어쩌면 자기 자신을 매일 조금씩 태워가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 불꽃 안에서 나를 본다.
타들어가는 문장 속에서도, 나를 사랑하려고 애쓰는 사람 하나가 있다.

가끔은 이런 질문을 받는다.
“매일 그렇게 쓰면, 고갈되지 않아요?”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한다.
“네, 고갈돼요. 근데 그게 또 시작이더라고요.”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선 ‘텅 빈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예술이다.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에 문장으로 꺼내야 한다.
글은 늘 부족한 상태에서 태어난다.

매일 연재를 하다 보면, 나를 스쳐가는 독자들의 흐름도 보인다.
어떤 독자는 하루 만에 모든 글을 읽고 떠나고,
어떤 독자는 한 줄 댓글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고 아주 가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리듬으로 찾아와 주는 독자가 있다.
그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나는 매일 깨닫는다.

그 한 명을 위해서라도 쓴다.
그리고 그 한 명은 종종 나 자신이기도 하다.
오늘 쓴 이 문장을, 오늘의 내가 가장 필요로 했기 때문에 쓴다.
글은 그렇게 나를 살리고, 때로는 누군가를 어루만진다.

브런치 작가로서 매일 연재한다는 건,
혼자 걷는 길 위에, 조용히 등불 하나를 켜는 일이다.
그 빛이 누군가의 밤을 비출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 불빛만은 꺼뜨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문장이 흐려지는 날에도, 감정이 모호한 날에도.

결국, 매일 연재란
매일 새로 실패하고,
매일 다시 일어나는 일이다.
어제 쓴 글보다 오늘 더 못 쓸 수도 있고,
어제보다 더 울림이 없는 문장을 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쓰는 건, 쓰는 나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안다.
매일 쓴다고 해서, 매일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매일 쓰지 않으면, 나는 점점 나로부터 멀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어제의 나를 기억하고, 내일의 나를 기다리며.
브런치라는 조용한 방 안에서,
매일 한 장씩 내 마음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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