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우리, 끝까지 팔릴래?

by Helia

문방구 앞에 선 고래밥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창문 너머로 ‘고래 친구들’ 포스터가 햇빛에 바래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슬며시 그의 등을 밀어준 돼지바가 말했다.
“들어가자. 네가 태어난 곳이라며.”

고래밥은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맑은 종소리와 함께 연필 냄새, 알사탕 냄새, 오래된 종이의 향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여기서 처음 나왔어... 저기, 선반 위, 세 번째 줄... 그땐 반짝였는데...”
고래밥의 시선이 선반을 따라 움직였다.

딱지가 잔뜩 담긴 낡은 통, 먼지가 쌓인 유리 진열장, 구석에는 ‘유통기한 지난 불량식품 할인’이라는 종이가 삐뚤빼뚤하게 붙어 있었다.

“이봐, 고래야.” 돼지바가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 끝까지 팔릴래?”

고래밥은 웃지 않았다.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방구 아주머니가 둘을 한참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요즘엔 이런 애들 찾는 사람 별로 없어. 그래도... 예뻤지. 그 시절엔.”

고래밥은 선반 한쪽에 웅크려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여전히 자신을 기다리는 어떤 계절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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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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