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맛
자판기 안은 적막했다. 둘은 나란히 앉아, 진열대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바삭했던 고래밥의 겉면은 조금 눅눅해졌고, 돼지바의 초콜릿은 살짝 녹은 듯 흐물거렸다. 그래도 따뜻했다. 이 이상한 자판기 안이, 어쩌면 편의점보다 덜 외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한때 인기 있었잖아.”
돼지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래밥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어릴 적 나랑 놀고 싶어 줄 서던 꼬마들 기억나?”
두 캐릭터는 웃었지만, 웃음 끝엔 묵직한 침묵이 따라붙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펐다. 돼지바는 주머니에서 작은 펜을 꺼내 자판기 안 벽에 조심스럽게 글자를 새겼다.
“기억해 줘요. 우리를.”
그 문장을 다 쓰고 난 뒤, 고래밥은 말없이 돼지바의 등을 토닥였다. 오래전 광고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유리창 너머, 바깥 풍경이 흐릿하게 비쳤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조용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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