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by Helia

차가운 냉동고에서 탈출한 뒤, 고래밥은 도시의 소음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서서히 지쳐갔다. 지나치는 이들은 그를 보지 못하거나, 보더라도 그냥 ‘버려진 인형’쯤으로 여겼다.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 속삭였다.
“이젠 아무도 날 기억 못 하겠지...”

그때였다. 아이 한 명이 고래밥 앞에 멈춰 섰다. 유난히 커다란 눈망울이 고래밥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조심스레 만졌다.
“엄마, 여기... 이거 고래밥 맞지? 옛날에 내가 좋아했던 거...”

아이의 말에 엄마는 당황한 듯 아이를 끌어당겼지만, 고래밥은 미약하게나마 웃었다.
“날 기억하는구나…”

멀찍이 지켜보던 돼지바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아이 엄마의 손목에 희미하게 빛나는 편의점 로고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고래밥은 갑자기 눈이 커졌다.
“돼지바! 도망쳐, 우리... 다시 잡힐지도 몰라!”

아이의 웃음소리와 엄마의 발걸음,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스피커 안내음.
“본사 직원이 근처에 접근 중입니다. 회수 대상 물품을 확보하십시오.”

숨소리가 거칠게 얽혀드는 그 순간, 두 친구는 다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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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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