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혼자인 내가 더 좋으니까
“요즘도 혼자야?”
“연애는 언제 할 거야?”
“그래도 나이 들기 전에 누굴 만나야 하지 않겠어?”
익숙한 말들이다.
지인도, 가족도, 때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마치 안부 인사처럼 묻는다.
이제는 그 질문이 조금 지겹다.
혼자인 삶은 자연스러운 선택일 뿐인데,
자꾸 누군가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 웃고,
짧게 답한다.
“응, 아직은 혼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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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애초에 결혼을 꿈꾸던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며느리로,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삶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
결혼도, 출산도
내 의지로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내 삶의 무대 위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장면 같았다.
그리고 이혼.
그건 선택이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한 결정이었다.
누가 원해서 이혼을 하나.
어느 누구도 그런 상처를 기꺼이 감당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 문 앞에 섰고,
단호하게 닫았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두 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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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누군가를 믿지 못해서도 아니다.
나는, 지금의 평화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예전의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스스로를 잘라냈다.
상대의 말투에 맞춰 나의 말버릇을 바꾸고,
상대의 일정에 나의 하루를 맞췄다.
감정노동은 당연한 거라고 믿었다.
내가 더 이해하고, 더 참으면
사랑은 오래간다고 배웠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지워졌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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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관계가 나를 잃게 만든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침범이다.
함께 있다는 이유로 내 경계를 무시하고,
혼자 있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야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회에
더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곁에 없다고 해서
결핍된 삶은 아니다.
혼자라는 건,
내가 나를 가장 잘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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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쉽게 묻는다.
“그래도 외롭지 않아?”
“마음 기댈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나도 한때는 외로움에 휘청였다.
누군가의 온기를 부러워했고,
내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상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누군가’를 기대는 순간,
내 삶의 중심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내 마음은 내 안에서 먼저 단단해야 한다.
내 하루는 누가 아니라 내가 책임져야 한다.
사랑은 그다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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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이제는 나를 잃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보다는,
서툴더라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침묵이 익숙해서가 아니라,
불편함도 나눌 수 있는 관계.
하지만 그런 사랑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나는 이미,
내가 정말 원했던 삶에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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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은 연애를 하지 않는다.
지금의 고요가 너무 소중해서,
괜히 흔들리고 싶지 않다.
혼자인 내가 불완전한 사람이 아니며,
사랑을 하지 않는 내가
사랑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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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연애 안 해?
그 물음에
이제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실수는 한 번이면 충분해.
지금 혼자인 내가,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