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끝의 마침표가 이상했다
“괜찮아.”
그 말 끝에 찍힌 마침표 하나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말은 평온했지만, 그 사람의 눈빛은 쉼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괜히 따라 웃었지만, 마음속 어디선가 물음표가 생겨났다.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괜찮다고 믿고 싶은 걸까.
말이 다 하지 못한 걸, 문장부호가 대신 말해줄 때가 있다.
우리는 말 끝에 쉼표를 붙이고, 마침표를 찍고, 줄임표를 남기며
마음을 감추고, 흔들고, 조용히 꺼내 보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쉼표(,)**였다.
내가 가장 자주 잃어버리는 것.
너무 많은 말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루.
자기감정을 말할 틈도 없이 지나가버리는 시간 속에서
나는 종종 쉼표 없이 말하고, 듣고, 살아간다.
하지만 어쩌면, 쉼표 하나만 찍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힘들어, 근데 괜찮아.”
그 잠깐의 멈춤이 숨 쉴 틈을 만들어 준다.
쉼표는 작지만, 가장 따뜻한 배려다.
**마침표(.)**는 끝이라는 뜻이지만
때로는 애써 이어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더는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작은 안녕.
나는 누군가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그 사람의 말보다,
그 뒤에 찍힌 마침표를 더 오래 기억했다.
**느낌표(!)**는 감정이 흘러넘치는 순간의 흔적이다.
“진짜 좋아해!”
“괜찮다니까!”
감정이 복받칠수록 우리는 느낌표를 붙인다.
하지만 요즘 나는 느낌표를 잘 쓰지 않는다.
뭐든 과한 건 진심을 가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면 충분하다.
진짜 마음에는 느낌표를 덧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크다.
물음표(?)는 가장 용기 있는 부호다.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묻는 일.
나 자신에게 “이게 맞는 걸까?”라고 되묻는 일.
그 물음 하나가 시작이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질문은 때로 대답보다 따뜻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임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진심,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이 머무는 자리.
“사실은…” 하고 멈춘 말.
“그냥…” 하고 흐린 문장.
줄임표는 침묵 속의 울음이고,
용기가 모자란 사랑이며,
한 번쯤은 꺼내고 싶었던 속마음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문장을 만들어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문장을 완성시키는 건 단어가 아니라, 문장부호다.
숨을 고르는 쉼표,
정직한 끝을 말하는 마침표,
가슴 뛰는 느낌표,
용기를 묻는 물음표,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줄임표.
말보다 더 진심을 담고,
말보다 더 조용히 울리는 것.
그게 문장부호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