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여전히 듣고 있다
바다와 우정과, 잊고 지냈던 무언가가 그 둘 사이에 조용히 깃들었다.
그때였다. 조용히 밀려오던 파도가, 고래밥의 발끝을 살짝 적셨다. 마치 오래전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응’ 하고 대답하듯.
고래밥은 모래 위에 쪼그려 앉아 손끝으로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둥근 곡선, 물결, 점 하나. 그건 아마 기억 속 바다의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돼지바는 말없이 그 옆에 앉아 손에 조개껍데기 하나를 올려놓았다.
“이건 뭐야?”
“예전에 울다가 주운 거야. 나한텐... 비밀 주머니 같은 거였어.”
고래밥은 조개껍데기를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모래 위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 바다,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어.’
파도가 몰려오자, 글자는 서서히 흐려지고, 이내 지워졌다. 하지만 고래밥의 눈엔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삼켜 간 것처럼 보였다.
"기억은 파도 같아, " 돼지바가 중얼였다. "멀어져도, 꼭 다시 돌아오잖아."
고래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멀리서 푸른빛이 반짝였다. 그건 단순한 파도의 반사였을까, 아니면 진짜 바다의 대답이었을까. 고래밥은 잠시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잊지 않을게.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꼭—’
돼지바와 고래밥,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 그 깊은 푸름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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